제헌절 맞아, 여권 주자 "개헌해야", 야권 주자 "법치 준수"

이낙연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개헌 추진하겠다"

이재명, 故 노회찬 회고하며 "대통령 4년 중임제, 토지공개념 등 개헌 공감"

정세균 "새로운 기둥 세워야", 박용진 "국민 삶을 위한 헌법 필요"

유승민 "진정한 민주공화국 요원", 최재형 "정치 분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 아냐"

윤석열 "말보다는 행동", 광주 찾아 5·18 민주 묘지를 참배, 유가족 간담회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은 17일 여야 대권주자들은 일제히 메시지를 내고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다만 여권 주자들은 '조기 개헌'을 주장한 반면 야권 주자들은 개헌 필요성은 일부 공감하지만 먼저 '헌법가치'가 지켜져야 함을 강조했다. 먼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내 삶을 지켜주는 개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시대정신이던 대통령 직선제 등 정치적 민주주의를 담았다. 그로부터 34년이 흘렀다"며 "시대 변화와 국민의 새로운 요구를 구현하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저는 ‘내 삶을 지켜주는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을 제안 드렸다"며 "국민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에 후보들이 공약하고,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바로 추진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며 "헌법정신은 정치적 구호나 선동으로 구현할 수 없다"고 덧붙이며 거듭 개헌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에 ‘제73주년 제헌절, 고(故) 노회찬 대표님을 기억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고인의 '7공화국'으로 가자는 미래지향적인 제안을 언급한 뒤, "당은 달랐지만 공감하는 대목이 많았다"며 "저 역시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민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토지공개념 강화 등 헌법 개정 필요성에 크게 공감되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을 겨냥해 "노회찬 대표님과 달리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한 분들"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감사원과 검찰은 법률로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면서 "그분들이 헌법정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헌법사에 오점을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73년 동안 우린 헌법을 여섯 번 개정했다"며 "이제 국민 중심 헌법 본령의 기반 위에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기둥을 세워야 한다"고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권력분점으로 국가 균형발전을 정립하고 혁신 세상을 아우르는 열린 가치를 심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주도하는 제 7공화국의 기틀을 수립해야한다"면서 "저는 이미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가균형 발전을 기초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나아가 대통령 임기 1년 단축을 국민께 약속드리고 차기 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치르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는 여가 됐든 야가 됐든 혁신 대한민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결코 철 지난 낡은 기치로 혁신의 나라를 이끌어 갈 순 없다"며 "강한 대한민국의 시작은 개헌이다. 개헌 없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약속은 모두 공허한 국민 기만"이라고 거듭 개헌을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 의지를 밝혔다. 그는 "우리 헌법에 대한 개헌은 1987년이 마지막"이라면서 "대한민국이 발전한 만큼, 우리 헌법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한 대한민국을 위한, 국민의 삶을 위한 헌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께서 행복한 삶을 꾸리실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를 제공해야 한다"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해서,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 보장’의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야권에서도 제헌절 메시가 나왔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헌절을 맞아 :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한 여정’이란 글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의 정수(精髓)는 '민주공화국'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1919년 상해임시정부가 제정한 대한민국 임시헌장의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란 점을 거론한 뒤 "그런데 우리는 오늘날 민주와 공화의 헌법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나?"라고 반문한 뒤 "정의와 공정, 자유와 평등, 인권과 법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의 덕성이 살아 숨 쉬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책임은 정치에 있다. 보수와 진보 어느 쪽도 헌법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은 낡은 시대를 끝내고 민주와 공화의 헌법정신 위에 나라를 새로 세우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전날인 16일 제73주년 제헌절을 앞두고 "헌법정신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법치주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며 입당 후 첫 공식 메시지를 내놨다.

최 전 원장은 메시지를 통해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헌법정신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정착 시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복, 극한적인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해 개헌보다는 운영을 강조했다. 한편 야권의 강력한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며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제헌절의 헌법수호 메시지를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광주를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립 5·18 민주 묘지를 참배하고 5·18 유가족과도 간담회를 갖는다. 시민군과 계엄군이 대치했던 옛 전남도청 청사 본관 앞을 찾아 참배를 하고 충장로 일대에서 광주 시민들도 만날 예정이다.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공식 행보로 '여권 텃밭'인 광주를 찾는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