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행시·경찰대·공무원 연봉제 폐지' 등 공약 밝혀

국회 기자회견 갖고 "계급·연공서열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강조

"5급 행시 폐지하고, 7·9급 내부 승진으로 고위공직자 충원" 공약

민간 기업처럼 호봉제 폐지·직무급제 전환..."공직사회 혁신적·개방적 변화 유도"

검사 임용 기준도 판사 임용 기준 적용, 경찰대 폐지도 공약으로 제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3일 공무원 인사제도 혁신과 관련, 5급 행정고시 폐지·공무원 호봉제 폐지·경찰대학 폐지 등 공약을 발표했다. 대신 내부 승진과 민간경력자 채용을 늘려 '일 잘하는 정부'를 위해 연공서열제를 혁파하겠다고 역설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급제와 연공서열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연공서열 없는 공공개혁 공약을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우선 먼저 "5급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7·9급 내부승진으로 고위공직자를 충원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5급 행정고시 폐지·내부승진 체계'와 관련해선 "경제력이 없으면 고시 준비가 어려워,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는 장점은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 "고시 출신 중심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고시 출신 이외에는 고위직 승진 기회가 거의 원천봉쇄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험 한 번으로 20년 경력을 뛰어 넘게 해 주는 불공정한 제도를 없애고, 공정이 담보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근무경력, 전문성, 학술지식 등을 평가해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민간부문의 전문 경력자를 채용하여 전문성과 창의력, 혁신성이 공공부문에서 발휘되도록 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1급에서 9급에 이르는 (공무원) 피라미드형 계급체계도 단순화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전환'에 대해선 민간 기업들은 이미 앞서 나가고 있는데 공직사회도 변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뒤, "현재처럼 연공서열 중심 구조에서는 세대 간 갈등, 개인의 의욕 감퇴, 그리고 경제적 생산성 저하 등을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공공기관의 임금구조를 직무 기반 임금체계로 조속히 전환하겠다"며 "사무관, 서기관, 이사관, 관리관 등 5급 이상에 붙여진 권위주의적인 명칭도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위공무원에 적용되고 있는 목표관리제(MBO) 보상 체계도 실질화하고 고위공무원단(고공단) 제도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임금과 보상체계의 변화를 통해 공공부문의 위계적 업무 구조를 개혁하고 조직문화를 혁신적·개방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정 전 총리는 '경찰대학 폐지'와 관련해서는 현행 경찰대 출신이 경찰 고위직을 독식하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분리,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출범, 자치경찰제 시행 등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경찰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경찰대학을 폐지해 모든 경찰관에게 공정한 승진의 기회를 부여하고 미래 경찰 행정 수요에 대처하겠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이외에도 검사 임용 요건을 법조경력 10년 이상으로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판사는 2026년부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임용될 수 있는데, 검사 임용도 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올해 임용된 검사 73명 중 57.5%가 25세에서 29세”라며 “판사임용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임용에도 판사임용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 권위주의가 만연한 검사 조직이 아니라 인권보호 의식과 법 집행의 전문성을 갖춘 신뢰받는 검사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법관과 대법관, 검사 정원을 대폭 증원해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정 전 총리는 "많은 논쟁이 예상되지만 공직사회가 국민과 기업을 잘 섬기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고 싶다"며 "공직사회가 혁신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공직사회 혁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