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캠프 "'역선택 방지' 규정, 홍준표가 신설"

유승민·홍준표, 선관위에 경고... "'교차투표' 의지 무시 말라"

尹캠프 "지난 대선과 상황 달라… 당헌 제99조는 洪 작품"

이준석 "정 위원장, 경선룰 고칠 수 있지만, 다 엎진 않을 것"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경선버스의 시동을 걸었지만, 여론조사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두고 각 캠프가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최재형·황교안 캠프는 도입에 찬성하지만, 홍준표·유승민·하태경 등 8개 캠프는 반대한다.

상황이 이렇자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각 캠프 관계자들을 불러 경선 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여론조사에 '지지정당' 대신 '정권 교체 찬성' 여부를 묻는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히 유승민·홍준표·하태경 캠프는 역선택 방지조항이 유권자들의 교차투표 의지를 무시한다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유승민 캠프는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에 윤석열 캠프와 최재형 캠프는 홍준표 의원이 지난 2018년 당 대표 시절에 만든 당헌 제99조에 따라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할 수도 있으며, '경선 룰'에 대한 권한은 당헌 당규상 선관위에 있다고 맞섰다.
 

유승민·홍준표, 선관위에 경고... "'교차투표' 의지 무시 말라"

이 대변인은 논평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자 중에는 민주당 최종 후보로 이재명 후보가 결정되면 (본선에서) 유승민 후보나 홍준표 후보를 찍겠다는 비율이 상당하다"며 "본선에서 유 후보나 홍 후보에게 투표할 저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권교체를 원하십니까?'란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이 지지 정당과 지지 후보가 다른, '교차투표 의지'가 있는 유권자들을 저 질문에서는 역선택 가능자로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후보 밀어주기를 위해 최고위 추인을 받은 경준위 결정을 뒤집고,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포함시킨다면 경선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책임은 온전히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캠프의 오신환 상황실장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대표 선거에서도 역선택 방지조항을 집어넣은 적이 없었는데, 이준석 대표를 뽑을 때 처음으로 집어넣었다. 당 대표를 뽑는 거니까 '당심으로 뽑자'고 넣었지만,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대선이나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선거에서는 더 확장해서 개방경선을 해야 한다"며 "왜 윤 후보를 위해 국민들을 배제하는 경선으로 가야 하는지 8명의 후보가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A당을 지지하면서 정작 투표에서는 B당 후보를 찍는 것은 역선택 투표가 아니고 교차투표"라며 일부 캠프가 말하는 역선택은 교차투표이자 확장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시) 반쪽 국민경선"이고 "지지율 30% 전후의 우리당 지지자들만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론조사 경선할 때 민주당 지지층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21.7%, 나경원 후보에게 8.7% 지지를 보냈는데, 본선에서 오 후보는 우리 당 지지율을 훌쩍 넘겨 득표율 57.5%로 압승"했고 "1980년 레이건도 공화당 후보이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교차 지원을 대폭 이끌어 내 두 번이나 대통령에 수월하게 당선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尹캠프 "지난 대선과 상황 달라… 당헌 제99조는 洪 작품"

윤 대변인은 "여론조사가 경선에 도입된 게 2007년 대선인데, 우리 쪽은 이명박, 박근혜 두 분이 경쟁했다. 당시 여당 지지층은 (야당 지지층이) 역선택을 하든 말든 이미 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역선택 방지를 고려할 이유가 없었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가 다른 후보들이 누군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완전히 압도적인 1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대선은 탄핵 직후 치러져 우리가 후보조차 세우기 힘들었던 소위 말하는 흑역사 속 대선"이라며 "거기서 무슨 역선택을 논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전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2018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헌을 개정해 역선택 방지 조항인 제99조를 신설한 장본인이 바로 당시 당 대표였던 홍 의원이었음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99조 제1항은 "당이 실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정당이 없는 자로 제한할 수 있다"고, 제2항은 "제1항의 여론조사를 시행함에 있어 구체적인 방법은 당규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홍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과 정의당 지지층 이런 사람들한테 우리 당 후보를 뽑는 투표권을 줄 수 없다. 과거의 여론조사는 엉터리 중의 엉터리였다. 그래서 당헌을 이번에 바꿨다. 어차피 본선에서 우리를 안 찍을 사람이 역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무당층 상대로만 여론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제99조의 해석과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헌 제99조는 재량조항이라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을 수도, 넣지 않을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이미 넣어놓고 있다"며 "우리 당은 재량 조항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결정하면 당헌당규의 절차상 위배될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도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규정 제16조에 준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민여론조사와 관련해 '민주당 지지의사를 밝히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실시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는 누가 뭐래도 더불어민주당 여권과 야권 국민의힘의 양강구도로 선거를 치러지게 되는 것이 거의 당연시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정 위원장, 경선룰 고칠 수 있지만, 다 엎겠단 건 아닐 것"

이어 "경준위 원안이 통과된 것도 맞고 다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이것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맞다"며 "정홍원 선관위원장께서 말씀하신 것은 '수정의 권한이 본인에게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이걸 다 들어 엎겠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상승세를 진단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는 "당 대표가 이런 거 진단하면 큰일 난다"고 말을 아꼈다.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도 2일 MBC 라디오에서 "경준위에서 만들어낸 많은 안들은 기획 관련된 안들이고, 실질적 대통령 후보 경선에 들어가기 위한 당헌당규에 따라서 실시되는 기본적인 조직은 선관위"라고 말했다. 이어 "경준위는 우리 당의 당헌당규에 따른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당의 대통령 선거에 관한 규정들에 따라서 선관위가 구성되고 이 선관위에서 결정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경선 절차가 시작된다"며 "일부 후보가 전체적 경선일정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과 다르다. 경선은 후보등록 이후 지금 이제 막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도 전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가 지난 7월 29일 최고위원회에서 '경준위에서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는 의견으로 가안을 만들었는데,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역선택 방지룰은 도입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룰을 만드는 권한은 선관위에 있다. 그러니까 그때 가안이라고 당 대표도 얘기한 것"이라며 "선관위에서 많은 난상토론이 앞으로 이뤄질 것이고 난상토론 끝에 어떤 결론이 날 텐데 윤 후보는 그걸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