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설계자' 강남훈 "국토보유세·탄소세 경제개혁이 목적"

"전체 가계의 80~90%는 국토보유세 내는 것보다 기본소득 금액 크도록 설계"

이중과세 우려엔..."재산세 및 종부세 토지분, 다 차감하거나 없앨 것"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설계자'인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 공약은 그 재원이 국토보유세와 탄소세인데, 두 조세는 경제개혁이 중요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고 기본소득을 미국 뉴딜정책에 비유해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재명 정책캠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 교수는 1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와 탄소세가 조세 저항이 큰 조세가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의에 "국토보유세를 부과해야 부동산 투기가 억제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 탄소세가 부가돼야 탄소중립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국토보유세는 집을 가진 사람들이 토지세를 다 내야 한다. 탄소세도 전기 값이 오르는 등 모든 물가가 다 오른다"며 "두 가지를 기본소득과 연결시킨 원칙은 적어도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받는 게 많도록, 실질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반대하는 분들은 세금 걷어 빈곤층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문제제기가 있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저소득층만 줘서는 돈을 걷을 수 없다"며 "전기값이 2030년 가령 지금보다 2배 오르는데 그렇게 마련한 돈을 저소득층만 준다고 하면 중산층이 어떻게 견디겠나"라고 반문했다.

강 교수는 탄소세 역시 저소득층만 기본소득을 줘서는 중산층이 추후 오르는 차량 운행비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차량 운행비가 한 달에 20만원 정도 나오는 분들이 2030년 50만원도 넘을 수 있는데 지구를 살린다는 숭고한 목적이라도 견딜 수 없다"며 "저소득층만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분들은 대개 세금을 걷겠다는 의지가 사실 없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어떤 후보도 증세하겠다고 공약을 못하고 있는데,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부과는 저소득층에 더 주기 위해 더 걷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진행자가 '국토보유세가 있어야 부동산 투기가 잡히겠느냐'고 묻자, 강 교수는 "그렇다. 국토보유세를 안 하고 돈이 있다면 가능한 사람만 주겠다고 하면 부동산 개혁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탄소세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는 목적이 재원 마련이 아닌 그 자체로 조정과세"라고 답했다.

국토보유세는 부동산을 가지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것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금융자산이나 다른 자산으로 투자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탄소세 부과에 대해서도 강 교수는 "탄소세를 부과하면 탄소가 비싸진다. 사람들은 탄소가 적게 들어간 물건을 소비하거나 전기 절약, 집에 태양광 설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가계의 8~90%는 국토보유세 내는 것보다 기본소득 금액 크도록 설계"

강 교수는 국토보유세와 탄소세가 루스벨트와 가진 연관성과 관련해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계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간 방법이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막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대공황과 유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본받아 한국판 뉴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이 후보의 구상이다.

강 교수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을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서 새 복지 제도를 도입하고 복지를 늘려 해결했다"면서 "이 후보도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라는 새 제도를 도입해 이 과제를 해결하려는 것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 국민의 몇%가 국토보유세를 내는가'에 대해선 "토지를 가진 모든 분들이 다 국토보유세를 낸다"면서 "국회와 논의해야겠지만 30조원 정도 예상한다. 기본소득으로 나누면 전체 가계의 80~90%가 낸 국토보유세보다 기본소득을 더 많이 받게 된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국토보유세는 비업무용 토지에, 탄소세는 탄소가 들어가면 가격이 비싸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두 세제가 효과가 다르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기업이 많이 부담하게 되는데 경제적으로 부작용이 생기지 않겠나'라는 지적에, 강 교수는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는 작용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며 "국토보유세는 토지 공급이 고정돼 있어 가격으로 전가되기 거의 불가능하지만 탄소세가 부과되면 물가가 다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토보유세는 토지 가진 사람이 거의 대부분을, 탄소세는 소비자가 대부분 부담하게 돼 기업 부담이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더해 국토보유세를 더 넣는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강 교수는 "재산세 토지분이나 종부세 토지분은 다 차감하거나 없애거나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토지분은 국토보유세로 통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0일 대선 후보 선출 직후 발표한 수락 연설문에서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하향에서 우상향으로 바꾸고 좌파 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루스벨트에게 배우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기본소득을 설파하면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추진한 뉴딜정책을 거론하며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