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원안위, 2차례 안전성 평가 부실 의심
1997년 월성 1호기의 내부 시설 구조결함 발견 못해
삼중수소 발견 후 실시된 민관합동 조사에선 "24년 전 구조결함 발생"
◆…삼중수소 검출 논란 휩싸인 월성원전 <사진 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차례 실시한 원전 안전성 평가 결과가 최근 민관합동 조사 결과와 달라 부실평가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관악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해 한수원이 제출한 2차례의 안전성 평가 보고서와 이를 심사한 원안위의 심사보고서 모두에서 월성 1호기의 구조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건전성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최근 월성원전 삼중수소 발견으로 촉발된 민관합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1997년 보수공사 과정에서 구조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져 원안위와 한수원이 부실평가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운영허가일로부터 10년마다 원전 제반 사항에 대해 원자로 설계, 주요 구조물·계통·기기 실제 상태 등 14개 점검인자를 기준으로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를 실시하여 개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나아가 해당 평가 결과를 원안위에 제출해 심사받아야 한다. PSR 과정이 사실상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원안위에 제출된 2003년 한수원의 월성 1호기 1차 PSR과 2009년 2차 PSR 모두에서 한수원은 "각종 기기 등의 상태가 건전함을 확인"했으며,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상태임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원안위 역시 월성 1호기 1차 PSR에 대한 2004년 심사보고서와 2차 PSR에 대한 2015년 심사보고서 모두에서 월성 1호기에 대한 PSR이 적절하게 수행되었고, "원자로시설의 물리적 상태 등 14개 평가사항에 대한 안전성평가 결과가 관련 요건을 만족"했다고 결론지었다. 즉 월성 1호기의 안전성과 구조에 결함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월성원전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가 발견되어 실시된 민간조사단(단장 함세영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과 현안소통협의회(의장 김호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의 지난 9월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1997년 월성 1호기 내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의 보수공사 과정에서 구조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1997년에 발생한 원전 내부 시설(SFB는 PSR 평가대상)의 구조결함을 이후 원안위와 한수원이 자체 실시한 2차례의 안전성 평가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민관합동 조사단은 "1997년 SFB 벽체 균열 보수공사 과정에서 바닥콘크리트 상부의 차수막이 차수벽까지 이어지지 않고 SFB 벽체 끝단에서 끊어짐을 확인했다"며, "당시 보수된 차수막은 원설계와 다른 구조로 시공되어 SFB 저장조 바닥슬래브의 누설수가 집수조로 유입되는 남측 유입경로가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17년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PSR 심사에 기초해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한 원안위의 결정을 하자 있는 처분으로 보아 취소판결한 바 있다.
정태호 의원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처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안녕과 직결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사업자 중심의 원전 안전성 평가가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난 만큼, 향후 민관합동의 안전성 평가 시스템 등을 도입해 원전에 대한 안전관리대책을 대폭 강화하고 안전성 평가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