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임박… "세금은 있고 세제혜택은 없다"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차익에 과세

현금영수증 미발급, 소득공제 혜택 無

"세 부담에 상응하는 세제혜택 도입해야"

-한국조세연구포럼, 추계 학술세미나-

정부가 내년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이른바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에서 벌어들인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세 부담에 상응하는 세제혜택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거주자가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하면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형평에 맞게 가상화폐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 20%를 '기타소득세'로 매기겠다는 것이다.

연간 벌어들인 손익을 통산한 양도대가(시가)에서 취득가액과 부대비용을 뺀 비용이 과세표준이 되고 20%의 세율을 곱해 과세된다. 다만, 소득금액이 연간 250만원 이하인 경우 비과세된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소득금액이 400만원인 경우 250만원을 제외한 150만원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해 30만원의 세금이 계산되는 방식이다. 연간 손익통산이 허용되며 이를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신고·납부해야한다.
 

◆ "가상자산 거래 시 현금영수증 발급, 소득공제 적용해야"

 
가상자산 과세가 임박했지만 세 부담에 따른 조세혜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을 통한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고, 관련 소득공제혜택도 부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인기(서울시립대 박사과정)·강성모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6일 열린 한국조세연구포럼 추계학술대회에서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는 거래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급' 논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현금영수증은 원칙적으로 소비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고 그 대금을 현금으로만 지급할 때, 거래증빙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 속 거래를 떠올려 보면 대가를 현금이 아닌 외화, 상품권, 기프티콘 등으로 지급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모바일 상품권인 기프티콘과 가상자산은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금영수증 발급여부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논문의 지적이다. 이렇게 증빙을 받지 못함에 따라 근로자는 관련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논문은 가상자산을 대가의 지불수단으로 사용했을 경우,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게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논문은 "국가차원에서 자동으로 노출되지 않는 거래를 파악하기 위해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한다면 익명으로 거래되고 은행 계좌가 필요하지 않으며, 보고의무를 지닌 중개기관이 없어서 은닉하기 쉬운 거래에 대해서도 동일한 혜택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허원 고려사이버대 교수는 "가상자산의 결제 시 현금영수증 발급의 시행을 위해서는 전자지갑의 소유자를 사업자로 특정 시키는 문제 등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고, 필연적으로 납세협력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시행예정인 가상자산 관련 과세제도들은 현실적 어려움이나 결과의 불합리성 등을 이유로 여러 비판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과세제도가 조세평등주의와 같은 조세정의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현실의 모습은 실현가능한 영역 안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제도는 곧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