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책위 '납부유예로는 재원 부족' 보고...이재명 '철회' 밝혀

박완주 정책위의장, 이 후보에게 '정책위 재검토 결과 예상보다 재원 부족' 보고

朴 "정책위 확인하는데 시간 결렸다...국세청 등 제기관 불러 최종 확인"

이 후보, SNS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철회 입장 밝혀...사유는 설명 안해

윤석열 후보 "초과세수, 여당 대선자금 아냐"...기재부의 '손실보상' 손 들어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철회 입장을 밝힌 게 당 정책위로부터 '납부유예로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보고 받고, 실현 가능성이 없음을 판단해 결정한 것임이 밝혀졌다.

민주당은 그간 올해 초과세수분 납부유예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활용하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이 가능하다며 강력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정책위원회의 재검토 결과 재원이 예상보다 적다는 것을 확인, 이를 이 대선 후보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근본적 사실 확인 없이 국민의힘과 힘겨루기는 물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재부에 대해 ‘초과세수 과소 추계’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 등을 언급하며 윽박지른 점 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초과세수 중 이연, 납부유예를 통해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었다"며 "그런데 사실관계를 확인하니 이 재원으로는 일상회복 지원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어 "(재난지원금에) 필요한 금액은 8~10조원인데 그 정도가 이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책위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국세청 등 제(諸)기관을 불러 확인한 결과 납부유예 금액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이 적다고 판단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올해 남은 초과세수는 내년으로 이연시켜서 할 수 있는 돈이 아니기에 올해 추경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박 정책위의장이 이 후보에게 보고했고, 이후 이 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철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이 후보는 "올해 쓸 수밖에 없는 19조원은 소상공인들, 특히 손실보상 대상업종이 아닌 업종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같이 논의해 처리하면 좋겠다"고 결정했다.

앞서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철회와 관련, "아쉽다. 그러나 우리가 각자의 주장으로 다툴 여유가 없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현장은 다급한데 정치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며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야당과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어렵다"며 "지원의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제안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는 입장을 내면서다.

그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두텁고 넓게 그리고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재원은 충분하다. 올해 7월 이후 추가 세수가 19조 원이다.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즉시 지원할 것은 신속히 집행하고 내년 예산에 반영할 것은 반영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눈앞에 불을 보면서 양동이로 끌 건지 소방차를 부를 건지 다투고만 있을 수 없다"며 "당장 합의가능하고 실행가능한 방법이라면 뭐든지 우선 시행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오늘이라도 당장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신속한 지원안을 마련하길 촉구한다"면서 "민생 앞에 여야가 따로 일 수 없다. 민생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여야의 신속한 논의를 기대했다.

하지만 당 정책위가 보고한 '재원 마련의 어려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정책위의장은 정책 선회 비판 우려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면모에서 (이 대선 후보가) 굉장히 생각이 유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 후보를 감쌌다.

추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박 정책위의장은 "내년 대선 이후 추경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봐달라. 필요하면 내년에 할 수 있다"며 "철회는 아니고 올해 시기조정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 윤석열 "초과세수, 여당 대선자금 아냐" 강력 비판

한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초과세수 19조원을 쌈짓돈처럼 대선 자금으로 쓰려는 민주당의 모습은 더욱 안타깝다"며 "초과세수는 여당 대선자금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윤 후보는 "초과세수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국민들이 낸 혈세다. 이를 '대선 자금'으로 쓰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다"며 "무작정 쌓아만 두자는 것은 아니다. 초과세수는 기재부의 주장대로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기재부 손을 들어준 바 있다.

◆ 홍남기, 민주당의 '초과세수 고의 은폐'에 "유감" 반발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전날(17일) 더불어민주당이 기재부가 고의로 초과세수를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며 국정조사 으름장까지 놓은 데 대해 "당에서 정부의 고의성을 언급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물가 점검을 위해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세수 오차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직자들이 그렇게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교적 권위 있는 전망 기관인 국회예산정책처의 올해 세입 전망과 2차 추경 당시 수정 세입 전망, 내년 세입 전망 모두 정부 전망치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초과세수의 사용처에 대해선 "19조원의 초과세수 가운데 약 40%인 7조6천억원 정도는 지방 교부금으로 교부된다“며 ”이를 제외하면 12조원정도, 많아야 13조원정도가 가용 재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과세수의 상당 부분을 소상공인 손실 보상 재원 부족분과 손실 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 업종에 대한 추가 지원 대책 재원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내년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정부 예산을 초과한 세입과 예산 가운데 쓰고 남은 세출불용액을 합한 금액)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재난지원금 지급 용도로는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거의 검토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마무리 점검을 거쳐 이번 주나 다음 주 초에 대책을 확정, 발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