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비용,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 해당하지 않아
◆…법무법인 광장 곽동훈 회계사. (사진 = 법무법인 광장 제공)
법인의 임직원이 업무수행행위와 관련하여 민사사건으로 피소되거나 형사사건으로 수사개시 또는 기소된 경우, 법인이 해당 임직원을 위하여 지출하는 각종 법률지원비용을 법인의 손금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펴볼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대부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원고의 대표이사인 A는 이른바 '회생브로커'와 협약을 맺고, 회생브로커로부터 수임료를 내지 못한 개인회생신청자들을 소개 받아 법정최고이율을 적용하여 수임료를 빌려줬고, 원고는 이러한 거래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회생브로커는 빌린 변호사자격증으로 사무실을 차리고 의뢰인을 끌어 모아 A에게 연결해줬던 것이었고, 결국 A는 회생브로커가 개입된 거래와 관련하여 변호사법위반방조죄로 기소되어 재판 결과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상기의 형사사건에서 A의 소송비용을 대신 지출하고 원고의 손금으로 처리하였으나 과세관청인 피고는 원고가 A를 대신하여 지출한 소송비용을 손금불산입하여 원고에게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대상판결의 원심(제2심)은 '이 사건 소송비용의 지출은 법인세법상 손금산입 요건으로서 사업 관련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소송비용은 손금부인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주된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A의 위법한 영업행위는 대부업체의 정상적인 고유 또는 부수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A의 영업행위가 원고의 사업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변론 내용이 회생브로커의 영업행위나 그에 협조한 대부업체의 대출행위가 적법한지 여부를 다툰 것이 아니고, 주로 A의 양형을 다툰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소송비용 지출이 원고의 수익과 직접 관련 된다고 보기 어렵다. ③ 소송비용 지출의 원인 행위인 A의 범죄행위로 인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 의해서만 법률사무의 조력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변호사 제도의 취지가 상당히 훼손되었다. ④ 이 사건 소송비용은 A의 이익을 위하여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는 배임적인 지출에 해당하므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라 할 것이고 이를 원고와 동종업체라면 같은 상황에서 지출하였을 비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는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법인세법은 손금에 관해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의 금액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해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인이 임직원을 위하여 지출한 법률지원비용도 ① 사업관련성과 통상성 또는 ② 수익성관련성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손금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5년 무렵 의약품 도매상이 약국 등에게 의약품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후(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두4306 판결), 유흥주점의 성매매 수당 사건(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6164 판결), 시설물 설치 법인의 담합사례금 사건(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두51310 판결) 등에서 사회질서를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세법상 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확고히 했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기존 대법원 판결들의 법리에 기초하여, 법인이 지출한 법률지원비용의 원인이 된 임직원의 행위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면, 이와 관련된 비용 역시 사회질서를 위반하여 지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법인이 임직원을 위하여 법률지원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배임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므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기존 대법원의 판결들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을 손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은 정책적인 판단으로서 수긍할 수 있고, 그러한 점에서 비록 대상판결이 법인이 지출한 법률지원비용의 사업관련성과 통상성을 판단할 때에는 지출의 원인이 된 임직원의 행위를 살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관련성을 판단할 때에는 임직원의 행위가 회사의 수익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였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임직원의 행위가 법인의 소득을 얻기 위한 사업 활동으로서 그 법인의 소득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의 질서에 심히 반하는 경우에는 그와 관련한 비용은 사회구성원의 법감정상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으로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지원비용의 지출이 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회사가 임직원을 위하여 지출한 법률지원비용을 손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비용의 지출 자체가 업무상 배임 및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아야 함은 기본적인 조건이다. 즉, 임직원의 행위가 법인을 위한 적법한 직무 행위 또는 임직원의 직위에 요구되는 의무적 행위이거나 최소한 법인 또는 임직원이 해당 법적 분쟁에서 적법성을 다툴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법인의 이익을 위해 법인이 소송을 수행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 또한 법률지원비용 지출의 원인이 되는 임직원의 행위가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1두30204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