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비폭력 반대 운동으로 노벨상 수상
흑인 인종차별에 대항하며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 건설 희망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운동의 상징인 데즈먼트 투투 성공회 대주교가 26일(현지시각) 타계했다. 그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민주화와 흑인 자유 투쟁의 양대 지도자로 통한다. <사진 로이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반 인종차별 지도자인 데스몬드 투투 성공회 대주교가 26일(현지시각) 90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198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흑인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정책) 백인 정권과 싸울 때 비폭력을 원칙으로 했다. 1994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집권 후에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됐으며, 복수가 아닌 화해가 남아공과 남아공의 핍박받는 흑인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또한 여러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를 건설하자며 국민 통합에 힘썼다.
투투는 소수 백인의 폭정에 반대하며 더 공정한 남아공을 위해 투쟁해왔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투옥돼 있던 시기에는 투투 대주교가 국제사회에서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의 얼굴이 됐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에는 집권당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의 부정부패와 빈곤·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비판했다. 성소수자 인권 보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탄압 중지, 기후변화 대책 마련 호소 등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투투 명예 대주교는 1931년 요하네스버그 인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1953년 교사 생활을 하던 당시 흑인과 백인의 교육 체계를 분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항의하며 사직했다. 1960년 성공회 성직자가 된 이후 남아공과 영국을 오가며 생활하다 1975년 귀국 후 인종차별과 철폐 투쟁에 앞장섰다.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데스몬드 투투 명예 대주교의 타계는 우리에게 해방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또 다른 고별의 장”이라며 “데스몬드 투투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애국자”라고 말했다.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는 투투를 “예언자이자 사제”라 불렀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투투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투투가 “절대적인 유머 감각과 적에게서 인간성을 찾으려는 의지를 결코 잃지 않던 멘토이자 친구이자 도덕적 나침반”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새로운 남아프리카를 만들기 위한 투쟁”에서 투투의 중요한 역할을 언급했으며, 부총리인 도미닉 라브는 투투의 “‘목소리를 높이지 말고 주장을 개선하라’는 격언이 그 어느 때보다 적절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요나스 가르 스토에레 노르웨이 총리는 “화해와 용서의 힘을 보여준 위대하고 작은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