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흘려들었던 회독(會讀)이라는 단어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책을 읽고 관련 내용을 연구하고 토론'한다는 의미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다. 칼럼 제목의 회시청(會視聽)은 '책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관련 내용을 연구하고 토론'한다는 의미의 조어(造語)인 셈이다.
늦은 밤에 전화벨이 울린다. 인사를 주고받고 나더니 "무슨 일 있니? 이 시간에"라는 집식구의 물음에 "아, 지금 TV에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하는데 오빠 한번 보라고" 하는 목소리가 핸드폰 사이로 흘러나온다. 여동생이다.
얼마 전에는 모 기업의 CFO와 점심을 함께 했다. TV를 보던 CFO의 와이프가 해당 드라마 속에서 세무공무원과 기업체 임원 간 주고받는 대화 장면을 가리키면서 "세무공무원들과 기업인들이 정말 저렇게 해요?" 하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소리야, 저런 일이 어디 있어" 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단다.
오래전부터 가끔 생각했던 게 있다. 변호사나 검찰, 경찰 등을 주된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여럿 본 것 같은데 왜 세무공무원의 경우는 없을까? 주변에 물어도 봤다.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대체로 이런 이유였다. "국세청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탈세를 밝혀내는 일이다. 탈세 이후에 일어나는, 탈세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뇌물로 주거나 또 다른 범죄행위를 추적하여 징악(懲惡)하는 것은 검찰이나 경찰의 역할이다. 재미와 흥미는 극적이고 통쾌하면서 자극적인 장면도 필요하다, 세무조사 과정을 통해서는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세금이 국민적 관심 사항일지언정 흥행거리로 보지는 않는 모양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M본부에서 막 시작한 드라마 "트레이서"다. 흥행 측면에서 출발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얼마큼 관심을 끌지 궁금은 하다. 개인적으로는 임시완, 고아성, 손현주, 추상미 등의 매력에 빠져 볼 기회가 생겼다. 조만간 시청률이 10%대에 근접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보인다.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이 든다. 드라마 방영 횟수가 늘어날수록 숙덕공론이 가열해질 텐데.
시청자들은 극중 내용을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의 눈높이에 맞췄는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모르긴 해도 앞으로 트레이서의 "진실과 거짓"에 관한 기사를 종종 보게 될 것 같다. 총 16부작을 1, 2부로 나누어 방송할 예정이라고 하니, 새삼 귀추가 주목된다.
드라마 전개를 상상해 본다. 곁가지는 떼어내기로 하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뒤에는 비자금을 조성한 악덕 기업인이 있고 이를 방조 내지 묵인한 공무원과 정치권과의 커넥션, 이를 밝혀내는 주인공의 활약상.' 물론 극 중에 로맨스를 곁들인 순정도 있음 직하다. 흥미를 극대화하다 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때 세무공무원이었고 지금의 주업도 세금 관련 일이다. 주변에서는 국세청이나 세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거리낌 없이 물어본다. 한두 다리 건너서 오기도 한다.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세청 조직은 본청과 7개 지방청 및 산하 130여 개의 세무서로 이루어져 있다. 1999년 9월 당시 134개였던 세무서를 99개로 축소하는 기능별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전의 상황과 비슷한 규모다. 소속 인원은 2만여 명이 넘을 듯싶다.
조직 시스템 중 하드웨어는 20년 전이나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보면 상전벽해다. 일단 업무 시스템의 대부분이 전산으로 바뀌었다. 기존의 전산과는 속도와 양, 정보의 질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인적 구성원 또한, 지속적이고 급격한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신규직원의 남녀 비율이 비슷해진 지 오래다. 2030을 대변하는 MZ 세대가 실무의 중심축으로 이동 중이다.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신중하기도 하여 한편으로는 '애늙은이 같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양한 성격과 문화에 익숙하며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다. 새로운 비전통적인 가치관이 형성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입사했다. 요즘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있다. 다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과거엔 문제가 없는 한 계속 근무하려고 했다면, 요즘은 신규직원의 20~30%가 5년 이내에 퇴사해버린다고 한다.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시청자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픽션을 사실처럼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이로 인해 국세 공무원들이 곤혹스러운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시청자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국세 공무원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다.
회시청(會視聽)이든 숙덕공론이든 "콩트(픽션)는 콩트(픽션)일 뿐 오해하지 말자"
늦은 밤에 전화벨이 울린다. 인사를 주고받고 나더니 "무슨 일 있니? 이 시간에"라는 집식구의 물음에 "아, 지금 TV에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하는데 오빠 한번 보라고" 하는 목소리가 핸드폰 사이로 흘러나온다. 여동생이다.
얼마 전에는 모 기업의 CFO와 점심을 함께 했다. TV를 보던 CFO의 와이프가 해당 드라마 속에서 세무공무원과 기업체 임원 간 주고받는 대화 장면을 가리키면서 "세무공무원들과 기업인들이 정말 저렇게 해요?" 하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소리야, 저런 일이 어디 있어" 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단다.
오래전부터 가끔 생각했던 게 있다. 변호사나 검찰, 경찰 등을 주된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여럿 본 것 같은데 왜 세무공무원의 경우는 없을까? 주변에 물어도 봤다.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대체로 이런 이유였다. "국세청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탈세를 밝혀내는 일이다. 탈세 이후에 일어나는, 탈세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뇌물로 주거나 또 다른 범죄행위를 추적하여 징악(懲惡)하는 것은 검찰이나 경찰의 역할이다. 재미와 흥미는 극적이고 통쾌하면서 자극적인 장면도 필요하다, 세무조사 과정을 통해서는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세금이 국민적 관심 사항일지언정 흥행거리로 보지는 않는 모양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M본부에서 막 시작한 드라마 "트레이서"다. 흥행 측면에서 출발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얼마큼 관심을 끌지 궁금은 하다. 개인적으로는 임시완, 고아성, 손현주, 추상미 등의 매력에 빠져 볼 기회가 생겼다. 조만간 시청률이 10%대에 근접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보인다.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이 든다. 드라마 방영 횟수가 늘어날수록 숙덕공론이 가열해질 텐데.
시청자들은 극중 내용을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의 눈높이에 맞췄는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모르긴 해도 앞으로 트레이서의 "진실과 거짓"에 관한 기사를 종종 보게 될 것 같다. 총 16부작을 1, 2부로 나누어 방송할 예정이라고 하니, 새삼 귀추가 주목된다.
드라마 전개를 상상해 본다. 곁가지는 떼어내기로 하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뒤에는 비자금을 조성한 악덕 기업인이 있고 이를 방조 내지 묵인한 공무원과 정치권과의 커넥션, 이를 밝혀내는 주인공의 활약상.' 물론 극 중에 로맨스를 곁들인 순정도 있음 직하다. 흥미를 극대화하다 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때 세무공무원이었고 지금의 주업도 세금 관련 일이다. 주변에서는 국세청이나 세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거리낌 없이 물어본다. 한두 다리 건너서 오기도 한다.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세청 조직은 본청과 7개 지방청 및 산하 130여 개의 세무서로 이루어져 있다. 1999년 9월 당시 134개였던 세무서를 99개로 축소하는 기능별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전의 상황과 비슷한 규모다. 소속 인원은 2만여 명이 넘을 듯싶다.
조직 시스템 중 하드웨어는 20년 전이나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보면 상전벽해다. 일단 업무 시스템의 대부분이 전산으로 바뀌었다. 기존의 전산과는 속도와 양, 정보의 질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인적 구성원 또한, 지속적이고 급격한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신규직원의 남녀 비율이 비슷해진 지 오래다. 2030을 대변하는 MZ 세대가 실무의 중심축으로 이동 중이다.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신중하기도 하여 한편으로는 '애늙은이 같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양한 성격과 문화에 익숙하며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다. 새로운 비전통적인 가치관이 형성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입사했다. 요즘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있다. 다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과거엔 문제가 없는 한 계속 근무하려고 했다면, 요즘은 신규직원의 20~30%가 5년 이내에 퇴사해버린다고 한다.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시청자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픽션을 사실처럼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이로 인해 국세 공무원들이 곤혹스러운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시청자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국세 공무원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다.
회시청(會視聽)이든 숙덕공론이든 "콩트(픽션)는 콩트(픽션)일 뿐 오해하지 말자"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