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귀거래사를 읊어야 할 시점에 이런 모욕을 당한다"
지지자의 탈당 요구에 洪 "정치 마무리 시점인데 출당이면 몰라도"
洪 대선 후보들 아내 겨냥 “여인 천하, 新 3김시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자신은 모욕을 당하고 있지만 당을 직접 나갈 수는 없다며 욕보이지 말고 차라리 출당시켜달라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의멸친'할 그릇이 못 된다"며 윤 후보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의멸친(大義滅親)은 대의를 위해 친족을 죽인다는 말로 국가 사회를 위하는 일이라면 사사로운 정은 끊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19일 윤 후보와 만찬 때 자신이 ‘가족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을 요구했지만 배우자 김건희씨와 장모 최은순씨에 대한 어떠한 반응을 받지 못한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 의원이 만든 소통채널 '청년의 꿈' 문답코너에 한 지지자가 '이준석 대표와 통화하고 당을 돕겠다고 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앞서 이 대표는 전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대표와 전화 통화를 했다. 홍 대표가 당의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지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했다. 접점이 좀 찾아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해당 글에서 지지자는 '출당, 탈당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이 당에 계속 있어봐야 손가락질만 받다가 실패한 정치인으로 끝날 것이다'라며 '탈당하고 뭐 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탈당을 안 하면 좋을 것도 없고 오히려 잃을 것이 더 많을 것 같다'고 적었다.
이에 홍 의원은 "귀거래사를 읊어야 할 시점에 이런 모욕을 당하고 내참 어이없다"고 입맛을 다셨다. 정치인생을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는데 자신을 소모품 취급하는 당과 윤 후보측 태도가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
여기엔 권영세 선대본 총괄본부장 겸 사무총장이 '구태정치'라며 자신을 공격했음에도 이준석 대표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결국 홍 의원이 도울 것'이라는 선에서 얼버무리는 것에 대한 불쾌한 감정도 담겨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의원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 문답코너에 게시된 답변 캡처.
앞서 홍 의원은 지난 23일에도 윤 후보 측을 향해 "차라리 출당시켜 줬으면 좋겠다"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그는 이날 "내 발로는 (당에서) 못 나가겠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말대로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이 준동해 차라리 출당이나 시켜 주면 마음이 더 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홍 의원은 윤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지지자가 '윤석열 후보는 직접 김건희와 최은순을 구속해야 된다. 그것을 못한다면 사퇴하라'고 주문하자 홍 의원은 "대의멸친은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라며 윤 후보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는 지난 19일 윤 후보와 만찬 때 자신이 '가족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을 제시했지만 윤 후보 측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또한 홍 의원은 오늘(26일) 청년의꿈에 '여인 천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新3金時代”(신3김시대)라고 적기도 했다. '3김'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세 후보의 부인을 과거 김영삼(YS)·김대중(DJ)·김종필(JP)의 '3김시대'에 빗댄 것이다.
홍 의원의 해당 발언은 거대 양당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와 김혜경씨가 연일 대선전으로 소환되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홍 의원은 지난 17일 "대선이 어찌 되든 제 의견은 3월 9일(대선 선거일)까지 없다"며 침묵을 선언했었다. 당시 그는 청년의꿈에 '오불관언'(吾不關焉: 어떤 일에도 상관하지 않고 모르는 척하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오해만 증폭시키기 때문에 관여치 않기로 했다. 김건희 리스크가 무색해지고 무속인 건진대사 건도 무사히 넘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의원은 윤 후보에게 전략공천을 제안한 사실과 그가 '굿을 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김건희씨의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다시금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