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연 100억 원 금감원 출연 중단…금융기관 부담 증가할 듯

한국은행이 금감원에 대한 연 100억원 규모의 출연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기관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보조금 성격의 출연금 지원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4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한은은 올해부터 금융감독원 출연금 100억원 납부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은 예산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가진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금감원 출연금을 배제한 2022년도 예산을 확정했고 한은은 올해 1월 초 금감원에 이를 통보했다.

한은은 지난 1998년 금감원 출범 시부터 설립 초기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5년까지는 금감원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출연했고 2006년 이후부터는 매년 100억원을 출연해왔다.

한은은 출연금이 금감원 설립 초기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와 같이 금융기관의 수익이 증가해 금융기관 분담금만으로 자체 경비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지원 명분이 사라졌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은은 금감원 예산이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기능 수행에 소요되는 비용이므로 수익자부담 원칙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피감기관인 금융기관이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한은은 최근 5개년간 한은의 출연금이 금감원 총예산의 2.7∼2.8%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점도 출연금 중단 결정의 한 요소로 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금융기관의 수익이 증가하여 금융기관 분담금만으로도 자체 경비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간의 지원 동기는 충분히 달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금융기관에의 보조금 성격인 당행 출연은 그 정당성도 약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은 한은에 제공하는 공동검사 및 업무보고서 관련 정보 공유 등에 대한 비용 분담이 출연금이라며 한은의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예산 책정시 발행분담금, 한은 출연금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예산 사용 후 부족한 부분을 감독분담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라며 “한은이 출연하지 않으면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기관 부담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한은이 분담금을 지속적으로 출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한은과 출연금 중단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선 한은이 지난해 6월 중단 배경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이미 배정된 예산을 금통위에서 다시 의결해야 하는 등 변경 절차가 필요해 출연금 지원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