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시총 1위 삼성전자 이어 2위 LG엔솔도 고객으로
덤핑 의혹 일축, "실력으로 수임한 것"
삼성전자는 신외감법의 도움… 빅4내 순위 요동칠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IPO 초대어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의 감사인으로 선임되면서,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말 상장하자마자 단숨에 시가총액 국내 2위로(14일 현재 110조원) 올라선 IPO 초대어. 안진회계법인은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을 품에 안으면서 국내 시총 1위(삼성전자)와 2위를 모두 고객으로 두게 됐다.
안진회계법인의 약진에 대해선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외부감사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됐는데, 이로 인한 수혜를 자신들이 받고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목소리와 안진회계법인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함께 나오는 것. 삼성전자의 경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면서 삼일회계법인에서 안진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이 바뀐 케이스다.
일각에선 감사보수를 후려치는 '덤핑'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사태 당시 안진회계법인이 과도하게 낮은 보수를 받으면서 부실한 감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에 직접 수임 경쟁을 벌인 회계법인들은 가격보단 다른 부분에서 본인들이 밀린 것을 인정하면서 덤핑에 대한 의혹을 부정했다. 한 경쟁 회계법인 관계자는 "가격에서 차이를 보인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회사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안진회계법인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입찰을 통해 타 법인들과 정당하게 경쟁한 결과"라면서 "업무 범위와 시간당 보수 단가 차이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저가수주는 결단코 없었다"고 일축했다. 회계사회 관계자도 "신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라 표준감사시간제가 되고 최소한의 감사투입시간이 정해진 만큼 과거처험 가격을 확 내릴 수 있는 구조가 불가능해졌다. 시간당 보수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수임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비결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감사품질"
안진회계법인은 이번 경쟁입찰 승리에 대해 "2007년부터 15년째 LG지주사 및 종속회사의 감사를 해 왔고, 적정한 수준의 챌린지와 합리적인 감사절차를 수행하면서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높은 수준의 감사품질에 대한 믿음이 감사인 선임의 배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안진회계법인은 LG에너지솔루션 수임을 위해 일찌감치 TF팀을 구성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진회계법인은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자유수임시장에서 그야말로 '대어급'이었다"며 "이 같은 큰 회사의 감사용역을 수임한다는 것은, 저희 법인의 감사 수임 실적과 감사 수행능력 두 가지를 증명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진회계법인은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감사로 인해 수행능력을 완전히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안진회계법인은 "삼성전자 감사인으로 지정을 받았을 때 타 법인(삼일회계법인)이 40여 년간 했던 감사를 다른 감사인이 어떻게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저희 법인은 2020년과 2021년 감사를 무난히 잘 수행했고, 수행함으로써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며 "최근 딜로이트 안진은 하나은행의 감사인으로 지정받았는데, 이 역시 감사 품질 및 감사전문인력의 역량에 대한 당국의 평가(인정)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 사태 이후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2017년 회계업계의 인식을 깨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면서 회계감사본부 파트너 평가에 있어서 감사품질이 차지하는 비중을 70%로 늘렸는데, 당시 대다수 회계법인이 평가의 초점을 영업실적에 뒀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딜로이트 안진이 감사품질 비중을 70%까지 상향 조정할 때 업계에서는 그렇게 해서 비즈니스가 되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뼈를 깎는 노력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며 "이후 감사인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동일한 기준의 등록심사 요건 상에서도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파트너의 성과평가에 있어 품질평가요소를 70% 이상 반영하도록 요구한 점을 고려할 때 딜로이트 안진의 변화를 위한 당시의 결정은 감사품질에 대한 선견지명이라고 회자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감사인 등록제 시행 이후 등록제 시행의 취지가 공공의 이익 보호란 사실을 상기하며 말로 그치는 감사품질 제고가 아니라 실질적인 시스템 갖추기, 그것을 위한 과감한 투자, 회계사들에 대한 보수교육이라는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실제로 딜로이트 안진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본교육 시간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을 투입해 회계사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21회계연도(2020년 6월1일~2021년 5월31일)에 3745억9898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기 3453억원 보다 293억원 증가한 수치로, 약 8.5% 성장한 것.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 가운데선 4위다.
한때 안진회계법인은 업계 2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지만,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인해 징계를 받으면서 4위까지 미끄러졌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개선 노력에 더해 신외감법으로 인한 천운(?)까지 따라주면서 희망을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진회계법인이 아픔을 딛고 과거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지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