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1.25%로 동결…‘경기회복’ 지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병목이 가중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점에 더 주목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 결정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는 “경제흐름, 추정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 등에 비춰보면 기준금리가 1.5%로 오른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경기회복 흐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 경기부양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추가 금리 인상 시 코로나19 타격을 직접 받고 있는 자영업자, 취약차주 등에게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그로 인한 소비 위축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채가 늘어난 자영업자, 취약계층 등이 상당한 이자상환의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심리와 투자심리 또한 위축돼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상당하다”면서 “이번 금리동결 결정은 경기부양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과는 다르게 한국은 연속된 금리인상을 통한 선제적 대응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감당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3%대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쯤에는 상승률이 2%대로 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은 또 금융불균형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고 부동산시장 역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금통위의 이번 결정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테이퍼링을 3월에 조기 종료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3월에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열리지 않는 반면 미국은 3, 4월 연이어 회의가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가중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한국 또한 금리인상이 필요했다는게 금융계 일각의 의견이다.

김 실장은 “공급망 병목 현상이 미국의 긴축 가속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또 다른 공급망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0%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