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임박 '李, 우크라 초보 대통령' 對 '尹, 한미일 군사동맹' 논란 

25일 중선위 2차 TV토론... 안보 관련 공방 때 나온 발언 논란 일파만파

李 "우크라 사태, 초보의 외교 실패"... 尹 "국제적 망신, 국격 떨어뜨려"

李 "日 자위대 한반도 진입? 망언"... 尹측 "조작 반일 선동"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이재명·윤석열 양강후보의 발언을 놓고 연일 비판과 반박이 이어지면서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향방에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토론 중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초보 정치인'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볼로디미르 질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훼성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면서 "6개월 초보 정치인(질렌스키)이 나토(NATO)가 가입해 주지 않으려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며 "외교 실패가 전쟁을 불러온다는 극명한 사례"라고 우회적으로 윤 후보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라며 "윤석열 후보는 거칠고 난폭해서 사드 배치가 꼭 필요할지에 대한 반론에도 이를 공언했고 선제 타격하겠다는 말도 했다. 선제타격하면 전쟁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다만 "물론 러시아가 주권과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강력하게 규탄을 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이에 윤 후보는 "평화는 확실한 억제력을 가져야 유지된다"라며 "이재명 후보의 안보관이 부족한데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이 예방된다.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를 갖고는 오히려 평화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26일 경기 파주와 김포 유세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도자만 무지하지 않으면 그런 걱정을 전혀 안 해도 된다. 우크라이나와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10대 경제 강국이고 군사력은 세계 6위다. 또 세계최강 미군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다"면서 "국가 지도자가 일부러 전쟁으로 몰아가지 않는 한 전쟁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만 잘 뽑으면 걱정할 게 없다"고 윤 후보를 공격했다.

정치 무대 등장 8개월가량에 불과한 윤 후보를 '초보 정치인'으로 말하기 위해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보 정치인'으로 지칭하며 취임 6개월만에 국민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한 '무능한 대통령'이란 표현을 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자초했다.

현재 자국에 머물며 국민과 함께 결사항전하고 있는 질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세계적인 찬사와 응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은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 까지 공유되며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 李 "본의와 다르다" 해명했지만 명확한 사과 없어

논란이 확산되자 이 후보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토론 발언을 두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저는 어느 대선 후보보다 먼저 명료하게 러시아 침공을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고 반박하며 자신의 본의와 다르다고 항변했다.

이어 "TV토론 전문을 보셨다면 제가 해당 발언 직후에 러시아의 침공을 분명하게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지켜 나가려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의 입장과 노력을 전폭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침략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명확한 사과나 유감 표현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발언과 관련, "이런 안보관 가지고는 절대로 경제를 번영시킬 수가 없는 것"이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유세에서 "외국 지도자를 대한민국 선거판으로 호출해 모욕을 주는 사람이 외교안보를 제대로 하겠나"라며 "국제적 망신이자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불행한 일을 겪은 다른 나라를 위로는커녕,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또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지한 72%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우크라이나 국민께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사과 드린다"고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러시아가 아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자초했다는 이재명 후보의 인식은 충격적"이라며 "역사의 바른 편에 설 생각이 없는 정치인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李 "尹, 유사시 日자위대 한반도 진입?"…국힘 "조작 반일 선동"

한편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앞서 TV토론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관련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일본 자위대' 한반도 개입 논쟁의 불을 지폈다.

이 후보는 3·1절을 앞두고 "윤 후보가 유사시 일본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망언을 했다"고 공세에 나섰다.

윤 후보는 앞서 TV토론 외교·안보 분야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을 언급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검토하느냐?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그거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일본군이) 유사시에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동맹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 李 "윤석열, 순국선열과 국민 앞에 사죄하라"

이에 대해 이 후보는 26일 경기 김포 유세 중 "3·1절이 얼마 남았다고 유관순 선생님께 미안해서라도 그런 말은 못할 것"이라며 강력비판했다.

같은 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서도 "3·1절을 앞두고 한 자위대 한반도 진입 가능 망언을 취소하고 순국선열과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일본군 진입 가능 발언이 소신이 아닌 실언이길 바란다"며 "도저히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고 일본 극우세력 인사의 발언과도 구분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사흘 뒤면 3.1절인데 완전한 자주독립과 자주국방의 염원을 선열들께 말씀드려야 할 때 국민들께 일본군 한반도 재진입을 걱정하시게 했다"며 "윤석열 후보의 위험하고 불안한 안보관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도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 발언은 반역사적·반민족적·반국민적 망언"이라며 "망언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함으로써 일본 총리 후보가 아님을 입증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 국힘·권영세 "조작 반일 선동... 李 사실 호도하는 덮어씌우기식 술책"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조작 반일 선동"이라고 받아쳤다.

권통일 상근부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해야 한다는 말로 왜곡했다"며 "조건 반사적으로 반일 선동을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같은 날 이 후보에 대해 "윤석열 후보가 마치 자위대 한반도 진입이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처럼 왜곡해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며 "패색이 짙어진 이 후보의 조작 선동이자 추악한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권 본부장은 "윤 후보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했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설령 한미일 동맹을 하더라도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 들어와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후보 측이 윤 후보가 한반도에 일본군이 진주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주장하는 건 사실을 호도하는 '덮어씌우기식 술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윤 후보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 이런 가정적 질문 자체가 불필요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이와 함께 "중국을 대국으로 부르면서 중국몽(夢)을 칭송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를 자극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 국제 망신을 산 이 후보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즉각 사과하기를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우크라이나 초보 대통령-일본 친위대 한반도 진입(?)' 논란이 막판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진영은 상대방 후보의 발언이 '국가 안보관'을 대변하는 점이라며 공세를 취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