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국민통합' 주장하면서 막판 '분열조장' 발언 쏟아내

이재명-윤석열, 지난해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통합' 강조

이재명 "잘못 하면 촛불들고 보도블록 깨는 일 생길 수도"... 패배 시 제동 시사

윤석열 "김정은, 민주당 정권 만들려 미사일 쏴... 의도적 집값 상승 부추겨"

지지율 팽팽에, 대선 막판 한표라도 집결하기 위한 상대의 결정적 결점 찾기

"'편을 가르지 않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일부를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 모두를 대표한다(이재명 대선후보 2021년 10월 10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국민통합의 나라를 만들겠다. 진보의 대한민국, 보수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을 수 없다(윤석열 대선후보 2021년 11월 5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거대여야당 대통령 후보들이 지난해 수락 연설에서 강조한 발언이다. 두 후보 모두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두 후보는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먼 '국민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낡은 이념의 옷은 벗고 새 옷을 입고, 지역·계층·성별·세대의 차이를 뛰어넘는 화합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막판 향방을 알 수 없는 대선이 되자 네거티브 공방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6일 도봉산 입구, 성북천 분수광장, 응암역, 신촌, 신림역 등을 서울을 순회하며 벌인 현장유세에서 "조금만 잘못하면 또 촛불을 들고 보도블록을 깨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윤석열 후보 집권 시 극한 장외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이어 "많은 사람의 피와 목숨을 바쳐 만들어낸 귀중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의 회동 내용을 거론하면서 "요새 제가 개인적으로 조언을 많이 듣는다"며 "(김 전 위원장이) '172석 민주당 의석을 잘 활용해야 한다.', 대통령이 상황판단을 빠르게 하고, 신속하게 집행하고 대통령의 행정 경험과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소수(국힘) 세력 같으면 할 수 있겠냐"고 윤 후보가 집권 시 대선이 이기더라도 '식물대통령'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정말로 좋은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용기있게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강력하게 일해 나가야 하는데, 국회가 발목 잡고 협조 안 하면 어렵다"며 거듭 윤 후보가 집권 시 민주당이 제동을 걸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의정부 아트박스 앞 유세에서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와 관련해 "북(北)에서 미사일을 9번 쏘는데도 도발이라는 말을 한번 못하는 정권 아닌가. 핵탑재 할 수 있는 미사일 실험을 저렇게 왜 하겠는가"라며 "선거 앞두고 우리 국민에게 불안감을 부추기기 위해 도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이어 "국민들이 불안하면 현 정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그 계산으로 김정은이 저렇게 쏘는 것"이라며 "여러분. 불안감 가지실 것 없다. 제게 정부를 맡겨 주시면, 저런 버르장머리도 정신 확 들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올해 새해벽두부터 초극음속탄도미사일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신종무기로 대선 코앞까지 9차례나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북한이 민주당 정권을 만들어주려고 미사일을 쏘고 있다'라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또한 앞서 오전 서울 강동구 광진교 남단 사거리 유세 현장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 '집권을 위해 국민에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의도적인 집값 상승을 부추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이 전부 세입자가 되고 집이 비싸 살 수 없게 하는 정권이 민주정권이 맞나"라며 "28번 부동산 정책 바꾼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정권에 부동산, 경제 정책 입안한 사람인 김수현씨의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을 보면, 국민들이 자가 보유자가 되면 보수 성향으로 바뀌기 때문에 자기들(민주당)을 안 찍는다고 나와 있다"며 "전임 시장부터 서울시의 신규 주택을 짓기 위한 재건축과 재개발을 다 틀어막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부터 시작해서 수도권, 지방 대도시, 지금은 지역 소멸이 일어나지 않는 중소도시까지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며 "그러면 세금도 오르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대선이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앞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윤 양강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거의 없거나 오차범위 내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심의위원회 참조)에 막판 유세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판단한 양 진영의 상대방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선이 유례없이 경합을 벌이고 있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진영에서는 선거유세가 허용되는 마지막 시점까지 상대 후보에 대한 치명적 결점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대선이후 진영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 후보가 대선 이후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통합'이 절실하다. 미·중·러 패권싸움에 따른 신냉정 체제로의 전환,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이 무역을 경제의 근원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에서도 선진국의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는 지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바로 '국민통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