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퇴남(窮退男) 안되려면 현역때 비자금 조성 잘해야

은퇴를 하고 나면 할 일은 없고 시간만 남는데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경제력이다. 은퇴 이전에 재무적인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고 노후준비를 나름대로 했다 하더라도 아내로부터 용돈을 타서 쓰면 대외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남자를 궁퇴남(窮退男)이라고 하는데 생활비를 제외한 개인적인 연금이나 비자금이 없으면 스스로 위축되고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게 된다.

재직 중에는 ‘부부 사이에 내 돈 네 돈이 어디 따로 있느냐’라고 생각하며 월화수목금금금 일만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퇴직을 하면 ‘아내가 가진 돈은 아내 것이고 내 돈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하게 된다고 한다. 퇴직한 남편은 재직 중의 잘 나가던 시절의 씀씀이를 급격하게 변경하기 어렵고 친구와 만나 식사하고 술 한잔하는 비용까지 아내에게 하소연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다. 처음 한 두 번이야 그동안 가족 부양하느라 고생한 안타까운 마음에 망설임 없이 주겠지만 아무리 마음씨 착한 아내라 할지라도 소득이 없는 남편이 자꾸 용돈을 올려 달라고 하면 마찰이 생기는데 이를 신(新)부부갈등이라고도 한다.

최근 한 설문조사 기관이 남녀 4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부부의 51%는 남편이 아내에게 수입을 전부 주고 아내로부터 용돈을 타서 쓰고 있으며, 남편이 경제권을 가지고 관리하는 비중은 24%이고, 생활비 공동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는 21%라고 한다. 부부 2쌍 중 1쌍은 아내가 경제적 실권을 가지고 있고 4쌍 중 1쌍은 남편이 돈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는 홑벌이냐 맞벌이냐에 따라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홑벌이는 남편이 수입을 관리하고 생활비를 아내에게 건네주는 형태가 일반적이고 맞벌이는 공동 통장을 활용하거나 아내가 경제권을 관리하고 남편이 용돈을 타서 쓰는 형태를 보인다.

30년 이전에는 교사·공무원 등 일부 직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퇴직하고 전업주부의 역할을 담당하여 맞벌이 부부는 흔치 않았다. 경제권이 남편에 집중되어 월급을 받으면 아내에게 현금을 찾아서 봉투에 넣어 주거나 아내의 통장으로 이체하여 생활비로 사용하게 하였다. 비자금이 필요한 일부의 남편들은 급여명세서를 조작하여 금액을 축소 수정한 후 아내에게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고 잔특근수당·특별상여금 등 월급이 아닌 소득은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비축하기고 했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결혼연령의 지연으로 은퇴 후에 경조사가 많이 발생하는데 재직 중에는 부담이 없던 경조사비가 은퇴자에게는 용돈보다 더 부담스럽다고 한다. 경조사가 발생할 때마다 아내에게 경조금 액수를 허락받아야 하고 꼭 찾아가야 할 경조사인지 아닌지를 아내에게 설명하면서 눈치를 살펴야 할 처지다. 자신의 노후보다는 일에 집중하고 가족의 부양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노력했는데 퇴직 후 이런 상황에 처하다 보니 은퇴한 많은 사람들은 아내가 모르는 비상금을 재직 중에 준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은퇴 후 궁퇴남(窮退男)이 되지 않으려면 재직 중에 준비해야 하는데 장기적인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첫째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퇴직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년말정산 혜택도 보고 55세 이후에는 연금으로 매월 일정금액의 용돈을 받을 수 있다. 재직 중 매월 적은 금액의 개인연금 불입액은 크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일부 회사는 종업원 복지차원에서 월 불입금의 50%를 지원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곳에 근무하는 사람은 무조건 가입하여야 한다.

둘째, 매월 소액이라도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를 장기간 하도록 하자. 주식의 경우는 미래가치가 있는 우량주에 투자하고 소액의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되 퇴직할 때까지 팔지 말아야 한다. 금융투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일반 개미는 기관 투자자에 비하여 정보가 한정되어 단타 위주의 투자는 금물이다. 직장에 근무하면서 매일 주식시황을 들여다보면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은 뒷전이고 주식만 본다는 좋지 않은 평판으로 그 직장에 오래 근무하기는 힘들다. 어차피 미래의 용돈을 준비하는 것이니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장기전을 펼쳐야 한다.

셋째, 특별소득, 특별수당 등 급여명세서에 찍히지 않는 월급 외 목돈이 발생할 경우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하면 좋다. 개인연금에 추가하여 일정 한도까지 년말정산 세제 혜택도 있고 중도인출 조건도 개인연금에 비하여 제한적이라 해약하고 싶어도 망설이게 되어 장기투자에 더 유리하다. 뜻하지 않은 특별 소득이 발생하였으니 없다고 생각하고 퇴직 후 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묻어 두자.

평생 가족을 위해 경제활동 하느라 고생했는데 은퇴 후 아내 눈치 보면서 용돈을 타는 궁퇴남(窮退男)으로 살아서야 되겠는가! 위에 언급한 내용을 참조하여 개인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여 현역시절에 비자금을 준비하도록 하자. 힘들게 준비한 비자금은 은퇴 후 상당한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딴 주머니로 시작하였다 하더라도 통장 잔고가 넉넉해지면 아내에게 용돈을 타는 게 아니라 용돈을 줄 수도 있어 부부관계도 더 원만해 질 수 있고 손자들에게 선물을 사주면 폼 나는 할아버지도 되고 사위나 며느리로부터 멋있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