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노후 자산의 70% 정도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어 3층 연금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은퇴자에게는 주택연금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본인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가입할 당시의 자산 가액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월 지급 받는 연금형태로 안정적인 소득과 주거가 확보되어 2016년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였다. 부부 중 1명이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인 주택이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데 현재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가구 수는 5.4백만 가구로 추정되며 누계 주택연금가입 가구 수는 현재 8만8천 정도로 가입률은 2% 미만으로 저조하다.
2007년에 도입되어 2015년 까지 8년 동안 2만9천 건(년평균 3천6백 건)에 불과했던 가입 건수가 2016년부터 매년 1만 건을 넘어 2021년 누적 가입건수는 9만2천 건으로 증가하였으나 최근 2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기존에 가입하였던 주택연금을 중도해지 하는 건수도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2019년에 1,527건이던 중도해지 건수가 2020년에는 2,931건, 2021년에는 4,121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중도해지자 수를 보면 경기도가 1,617명, 서울이 1,048명, 부산이 349명, 인천이 268명 순으로 많았는데 이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들이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은퇴자에게 효자 노릇을 하던 주택연금이 최근 갑자기 중도해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주택가격 변동률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은 가입시기의 가격이 연금지급이 종결될 때까지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변경되어도 월 수급 금액에는 변경이 없다. 장기적으로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다행이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손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둘째,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해 주택연금액의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연금을 제외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지급하지는 않는다.
중도해지를 하게 되면 가입부터 지급받은 연금과 이자까지 더하여 일시불로 상환해야 하고 3년간 재가입이 제한되는 불리한 조건이 있음에도 이를 감수하더라도 부동산의 시세 차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중도해지를 하는데 중도해지를 하려면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상환해야 할 목돈을 보유하고 있는지, 향후 주택연금에 재가입 할 것인지, 생활비 충당에는 문제가 없는지, 향후 부동산 가치가 어떻게 예상되는지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주택연금 외 다른 소득원이 없는 경우 가입자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중도해지를 한다면 그동안 수령한 주택연금 및 이자를 포함한 목돈을 상환해야 하고, 향후 주택연금 재가입에 필요한 최소 3년간의 생활비를 감안해야 하며, 즉시 주택을 매각하여 시세차익을 현금화하지 못하면 생활하는데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학습효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마지막 노후 안전판을 담보로 투기를 하는 것과 같으므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