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볼모? 당대표로서 가장 부적절한 표현" 이준석 "시위방식 문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는 2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두고 '불특정다수의 불편을 볼모로 삼는 시위 방식'이라며 비판한 것을 두고 "시내 골목에서 술잔 기울이는 이야기도 아니고 당대표가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가장 부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개인이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당대표지 않나. 당대표가 그렇게 이야기하기 전에 왜 이렇게 되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나가는 현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가,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되는 사람들이 적어도 정치 책임자"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가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한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정파적인 것들을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2001년 오이도, 2002년 발산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사망사고 나니까 2004년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고 난 뒤 계속 안 지켜져서 저희가 싸웠다"라며 "지금 94% 정도인데, 2015년도에 박원순 시장이 약속해서 2022년까지 100% 하겠다라는 건데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던 이 부분들은 박원순 시장 때 실제로 많이 개선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하철은 온전히 서울시 책임이다. 13%에서 94%로 이제 조금 남았는데 더 기다려라라는 것"이라며 "그 말하기 전에 이전 2번의 약속과 2번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그리고 오세훈으로 이어지는 이 서울시의 책임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남은 6%는 예산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작년에 예산 올려 다 반영하라 그랬는데 결국 안 했다, 실제로는 오세훈 시장이 안 한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은 진짜 동문서답이다. 시외 이동을 현재 법제화할 수 있는 게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인데 수도권 운영을 해달라고 벌써 2년째 요구하고 있어도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서는 "일단 너무 죄송하다. 갑자기 우리를 만나서 지각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이런 사례들 때문에 지하철이 연착됐다면 연착됐다는 증명서를 끊어서 가져가면 회사에서는 (직원 개인 잘못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안 대해 주는 이런 노사 문화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각했다, 안 했다에 대한 문제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문제"라며 "시장, 대통령은 누가 뽑나. 시외버스, 마을버스 타면 안 되겠나. 이동해야 친구를 만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21년을 외쳤는데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나.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차별의 사회가 있다는 것도 그런데, 이것을 실질적으로 정치인이 책임을 지고 풀어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 이준석 "출퇴근하는 서울시민들이 왜 투쟁 대상이 돼야 되나"

당 안팎으로 장애인 단체에 대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강경 발언에 대해 우려 섞인 입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는 "이분들이 피켓 들고 시위하거나 아니면 탑승해서 단순히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한 적이 없다"며 "3, 4호선 타는 출퇴근하는 서울시민들이 왜 투쟁의 대상이 돼야 되느냐가 저의 이의 제기"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분들의 시위 방식이 서울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정지시켜 출입문을 닫히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타라고 해도 타지 않고 출입문 가운데 세워가지고 문을 닫지 못하게 하고 30분씩 시위하는데 도대체 시위의 대상이 누구인가"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권력자에 대한 시위를 한다면 청와대 앞에 가서 대통령에게 각성을 촉구하거나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들한테 각성을 촉구하거나 하는 것이 시위의 보통 방식"이라며 "문 앞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30분 동안 이동하지 못하면 서울 지하철은 네트워크 효과라는 게 있어서 3호선, 4호선만 영향 주는 게 아니다"라며 시위 방식이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전장연 단체의 시위 양식에 대해서 굉장히 이슈화가 많이 된 다음 어제는 그냥 타고 가셨다"며 "결국 전장연도 시민 비판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율과 관련해 "100%가 안 됐다고 지적하는데 지금 한 94% 정도 진행됐다. 그럼 나머지 6% 역들은 어떤 역인가 하면 70년대에 지어져서 엘리베이터 넣을 구조가 안 나오는 역들이다. 아니면 사유지를 뚫지 않고서는 엘리베이터 설치할 수 없는 이런 곳들이다"고 반박했다.

또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는 "지난 주말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열차 출발을 막는 방식이 지적을 많이 받더니, 어제부터 전장연이 그냥 탑승만 하고 있다"며 "오늘도 인수위 만나고는 탑승만 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탑승 시위만 하니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다. 진작 이렇게 했다면 되었을 텐데 이제야 시위 방식을 바꿨다. 이게 애초에 요구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장연은 29일 서울지하철 3·4호선에서 승·하차가 아닌 승차 형식으로 시위를 진행했으며 열차 지연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시위 현장을 찾아 면담했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의 임이자 간사, 김도식 인수위원, 임인택 전문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회의실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한명희 조직실장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전장연 측은 ▲장애인 탈시설 예산 반영 ▲장애활동지원예산 편성 ▲교통약자 편의증진 ▲장애인 평생교육 시설 확충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등과 관련한 입법·행정 요구사항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