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가 지난달 16일 충북 질병관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부작용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부작용을 피해자가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인과성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정부가 담당하도록 법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0일 내놓은 '백신 부작용 피해자 보상 규정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주장을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상윤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는 백신이 접종이 빠르게 시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백신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점이 있다"고 밝혔다.
보상 근거 법령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예방접동 등의 손해보상제도는 무과실책임이며, 백신 부작용에 따른 피해가 인정되려면 백신접종과 그로 인한 부작용 사이에 인과성과 시간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거나 없는 경우에는 제외된다.
여기서 접종 후 발생한 이상반응이 접종 전에 이를 유발할 만한 기저질환·유저질환 등이 불명확하고, 이상반응을 유발한 소요 시간이 개연성은 있으나 백신과 이상반응 인과성 인정 관련 문헌이 거의 없는 경우 등은 논란거리다.
박 조사관은 "코로나19는 의학적으로 충분한 과학적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입증부담이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인과성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1월까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1만1719건으로, 이 중 38.4%인 4502건에 대해서만 보상 결정이 내려졌다.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사망 사례는 1건이었다.
이에 백신접종과 부작용 사이 인과성 입증 책임을 정부로 전환하는 법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①질병청장이 인과성이 없음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 보상하는 방안 ②명시적으로 질병관리청장이 입증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 ③인과성이 불충분한 경우 피해자가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보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특히 코로나 관련 특별법을 한시적으로 신설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진 게 대표적 사례다(2017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신설).
박 조사관은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반 감염병과 같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적용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신설하는 등 한시적 특별법을 통해 피해보상을 신속하고 두텁게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