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세일보 DB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금통위 본회의는 1998년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한 이후 총재 공석으로 진행되는 첫 회의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는 금리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한번 이상의 0.5%p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고 양적긴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대응에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p 인상했고 향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및 B/S 축소(양적긴축)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연준이 이달 6일(현지시간) 공개한 FOMC 의사록에 의하면 다수의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한번 이상의 0.5%p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참석자 다수는 미국의 양적긴축 월 상한선이 미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달러가 적절하다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2017~2019년 양적 긴축 당시 월 최대 500억달러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의 가중으로 국제유가, 원자재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인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3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4%를 상회한 4.1%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최근의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한 바 있다. 회의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낮고 경기하방 압력이 높다”며 “금융불균형, 물가, 부동산, 주변국의 통화정책 기조 등 여러 요인을 살펴보아야겠지만 상황을 종합해 보면 금리인상 요인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금에 외국인 자금유출이 상당히 우려되고 있다.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기조전환 속도에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총재 공석 상태에서 진행되는 금통위 회의라는 점, 정권 교체기에 진행되는 마지막 회의라는 점, 일각에서 우리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초기 단계라고 보고 있는 점 등 금리인상 결정을 어렵게 하는 변수도 존재한다.
김 실장은 “금통위는 물론 다수로 결정하겠지만 책임지는 모양새를 회피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또한 금통위가 한국 경제의 상황을 저성장, 고물가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