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사태로 본 재개발·재건축... 자칫하면 ‘쪽박’ 될 수도(수정)

주택가격 폭등으로 재개발·재건축이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자칫하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지난 15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전면 공사 중단에 들어갔고, 16일 조합 측은 공사비 5600억원 증액 결정을 취소했다.

내년 8월 입주를 기다리고 있던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조합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여한 이주비 대출 규모는 1조 2800억원이다. 이주비 대출 만기는 오는 7월이다. 최악의 경우 금융권이 대출 연장을 거부할 수도 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시공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입주 지연이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중단은 공급량 축소로 이어져 주택시장 안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둔춘주공에 이어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재건축 단지 역시 조합 집행부와 대의원의 갈등으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 내 위치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 109곳 중 실제로 착공까지 진행된 곳은 5곳에 불과했으며 76곳은 착공은 커녕 조합도 설립 못한 상태다.

지역주택조합도 리스크가 크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을 모집해 토지를 산 뒤 직접 아파트를 지어 입주하는 '아파트 공동구매'라고 할 수 있다. 조합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중간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의 '반값'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리스크도 조합원이 떠안아야 한다.

지주택 사업은 토지 확보가 성공의 관건이다. 사업계획승인 시 95% 이상 토지 소유권을 확보해야 착공이 가능하다. 업무대행사가 토지 확보나 사업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부터 먼저 모집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 토지주들은 이를 악용해 이른바 '알박기'를 하면서 부당이득을 얻는다. 결국 토지 매입비 증가로 조합원이 내는 추가분담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9년 서울 '서울숲 벨라듀 지역주택조합'은 토지확보 막바지에 평당 수억원에 달하는 토지대를 부담했고, 이는 개별조합원에게 추가분담금으로 이어졌다. 당시 김성근 전 프로야구 감독은 개별주택가격보다 약 8배 높은 17억 5000만원에 주택을 매도해 '알박기'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앞서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 역시 토지주의 알박기와 금융위기로 지역조합주택이 부도를 맞았다. 조합은 2011년 해산했고 조합원은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조합원 자격을 상실했다.

토지 매입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각종 금융비용이나 공사비,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2020년 2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구 가락시영아파트)는 조합이 지하철 8호선 송파역과 단지 내 지하 연결 통로를 만들겠다며 추가분담금을 늘리고 조합 청산 시기를 늦추자 조합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잠실·미성크로바 단지 조합원들도 지난해 조합이 제시한 설계안이 반영되지 않아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지면서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다.

지역주택조합에 참여한 조합원들 대부분이 전문 지식이 부족한 주민들이다 보니 사업 경험이 풍부한 시공사에 끌려다녀 추가분담금이 늘어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김포 사우5A지구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조합은 조합원에게 받은 조합비를 가지고 건설사 명의로 토지를 매입했다가 사업인가를 거절당했다. 토지를 조합 명의가 아닌 건설사 명의로 매입한 것이 문제였다. 건설사는 토지값 인상에 따라 매입 원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되살 것을 조합에게 요구했다.

물론 성공사례도 많다. 지주택 사업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동작구에서는 28곳 중 12곳이 성공했다. 서울시와 동작구청에 따르면 동작구 일대 총 19곳에서 지주택을 추진 중이라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이 중 2곳은 준공돼 입주까지 시작했다.

◆ 지역주택조합도 리스크 커... 가입 전 꼼꼼하게 점검해야

입지 조건과 저렴한 가격 등이 마음에 들지만 조합원 가입이 망설여진다면 가입하기 전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선 조합원 간 갈등은 없는지, 조합원 모집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조합의 토지 확보상황을 알아보고, 사업 진행 상황이 어디까지 났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업무대행사가 '토지 소유권 확보'를 완료했다고 홍보해도 계약금 10%만 지불하거나 토지사용동의서만 받아놓은 경우가 다반사다. 소유권이 ‘이전’되려면 감정가액의 나머지 90%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을 내는 경우가 발생한다.

설령 토지 매입이 100% 확보되었다 해도 관할구청이나 시청에서 지구 지정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해당 시나 구청에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인지를 전화로 확인하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조합비 및 추진사업비에 대한 반환조건을 반드시 확인하고 업무대행사가 과거 어떤 조합을 성공적으로 분양했는지도 체크 해본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조합이 토지 매입을 마무리했을 때 참여하는 것이다. 토지 매입 현황을 파악하려면 주변 부동산 탐문 등을 통해 직접 알아봐야 한다. 토지·건물 등기부등본을 떼서 소유주가 실제 조합에 가입했는지, 땅을 팔기로 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부족해 사기 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11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지역주택조합의 투명한 운영과 조합원 피해 방지를 위해 관내 지역주택조합 전체 110개에 대한 운영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