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검수완박법' 중재안 합의...검사수사권 한시 유지

여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에 전격 합의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국회 본관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하고 박 의장이 마련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중재안에 공식 합의했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오는 28일 또는 29일에 열린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은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보다 한발 물러선 내용이지만 최종적으로 검수완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첨예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정국은 돌파구를 마련한 듯하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유지돼왔던 검찰의 수사권은 다른 기관으로 분산되고 검찰청은 '공소유지청(공소청)'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 검찰의 수사권 '6대 범죄'에서 '2개 범죄'로 대폭 축소

중재안은 기존의 '6대 범죄'에 한정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2개로 대폭 축소했다.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1년 6개월뒤 남은 2개의 직접 수사권도 넘겨줘야 한다. 일부 남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역시 다른 기관들의 준비가 마무리되면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의미다.

◆ 검찰 송치 사건... 보완수사권 유지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이 송치한 사건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보완 수사를 직접하거나 지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별건 수사는 금지되고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검사가 시정을 요구한 사건과 등에 한해 검찰이 직접 피의자·참고인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부실·과잉 수사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절충안이지만, 송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다른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없도록 한 셈이다.

경찰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범죄가 있더라도 단일성·동일성 요건에 따라 직접 보완수사 활동이 제한되어 경찰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박 의장은 서명식에서 "검찰개혁 법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에서 극적 타협을 이뤘다"며 "합의문에 따른 법 개정은 물론 합의 정신에 따라 속도감 있게 처리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그동안 검찰개혁, 즉 수사·기소권 분리를 통한 검찰기능 정상화를 얘기한 것은 정치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 기본권과 인권 보호, 권력기관 개혁을 통해 사법행정 체계가 선진화되길 바라는 충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기소권 분리의 대원칙이 수용되고 4월 중 합의 처리 후에 한국형 FBI 설치와 같은 국가의 반부패 수사 역량을 더욱 고도화·전문화 시킬 수게 됐다”고 평가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민생 문제에서도 여야 간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통해 멋진 정치, 아름다운 정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 합의문 주요 내용

합의문은 총 8개 항으로 이뤄졌다.

우선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기로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6대 범죄’ 직접수사권에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삭제하기로 했다. 다만 부패·경제 부문도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올라가면 없애기로 했다.

또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5개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감축하고, 남은 3개의 반부패 검사 수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범죄의 당위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별건 수사는 금지된다. 검찰의 시정 조치 요구 사건과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등에 대해서도 사건의 동일성과 단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권을 이어받을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 사법개혁특위 구성 후 6개월 내에 입법 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입법 조치 후 1년 이내에 출범시키며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하기로 했다.

모든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한 공정성·중립성과 사법적 통제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또 공수처 공무원이 일으킨 범죄는 검찰의 직무에 포함하기로 했다.

사개특위는 총 13인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다. 위원 구성은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 단체 1명으로 배분했다.

여야는 중재안을 담은 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하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하는데 합의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별건 수사를 금지해서 자의적인 수사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며 "향후 국회에서 책임있게 뒷받침해야하는 숙제가 남았다"고 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형사사법체계를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타협했다"고 말했다.

최지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22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원내에서 중재안이 수용됐다는 점을 인수위는 존중한다” 고 밝혔다.

한편 김오수 검찰총장은 22일 여야가 중재안을 수용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수장의 사의 표명 이후 고검장 7명도 함께 사표를 내고 사퇴 행렬에 동참했다.

대검은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일 오전 박 의장이 중재안을 발표한 뒤 양당 모두 의원총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논의 후 ‘중재안 수용’을 결정했다.

중재안에 따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4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고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