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발효가 모 법무법인을 통해 조세일보에 보내용 내용증명
진로발효는 법무법인으로 하여금 “사실 확인도 아니 한 채 게재했다”며 “모든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조세일보 발행인과 취재기자에게 지난25일(도달기준) 보내왔다.
조세일보는 이에 앞서 지난 1999년부터 2021년까지 상장기업인 진로발효가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이사회 구성 등 부조리한 면이 있다고 판단하여 모두 19개 항의 서면질의를 보내고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답변할 기회를 수차례 제공했다.
조세일보는 질의 내용이 △사내이사 4인 중 가족이 3명인데 따른 폐해 △국세청 간부 출신이 20년 이상 연이어 사외이사 선임 △1인이 20년이상 감사 연임 △제이타워 인적분할을 통한 진료발효 주주이익 침해 △상속세 납부위한 유상감자 실시 등 민감한 것이었던 만큼 이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진로발효가 해명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진로발효측은 8일간의 답변시한을 줬으나 답변 마감시한에 진로발효의 박모 팀장이 처음으로 연락해온 뒤 수차례 접촉을 했으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답변을 미뤘다. 조세일보는 답변 시한을 추가로 1주일 더 주기로 하고 그래도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답변을 회피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끝내 답변이 없어 18일이 경과한 지난18일 관련기사를 보도했다.
조세일보는 이번 보도로 상장기업인 진로발효가 공급 카르텔을 등에 업고 지난 28년간 38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평균 영업이익률 20.30%로 서민들이 마시는 소주 원료를 생산하는 기업에 높은 이윤을 주는 문제점을 독자들에게 알렸다.
이처럼 높은 이익률 덕분에 진로발효의 대주주 일가들은 수천억원의 재산을 모을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이 주정의 공급 카르텔 덕분이다. 대기업도 파산하고 노동자는 길거리로 내몰렸던 1997년 외환위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던 지난 2008년에도 진로발효는 카르텔의 우산 속에서 각각 65억원,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정도였고 단 한번의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조세일보는 이어서 진로발효가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빈번한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유상감자, 인적분할이라는 방법을 동원한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기업평가에 중요한 몫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기업들은 한두 번으로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진로발효는 상장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빈번하게 자본구조를 변경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상감자의 경우 회사의 유보금을 소진하는 것이어서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장봉룡 사망 이듬해인 2012년 2월 회사 자본금의 절반에 가까운 46%의 유상감자를 진행해 회사의 자금이 652억원이 유출되고 이 가운데 대주주 일가가 417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같은 내용의 조세일보 기사가 보도되자 18일의 답변 시간을 줬을 때는 회피하던 태도와는 달리 즉각 법무법인을 앞세워 민형사상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을 가해왔다.
진로발효는 자신들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의 내용을 정리하여 있는 그대로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놀랍게도 진로발효는 조세일보의 보도에 대해 "28년간 순이익 3321억원을 올리고 대주주가 배당금과 보수, 유·무상 내지, 유상감자를 통해 편법상속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세일보는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과거의 자본이동 내용을 순차적으로 밝혔을 뿐이고 편법상속을 받았다거나 위법한 회사 경영을 했다고 보도한 사실이 없고 상속인들이 탈세했다는 주장도 없는데 느닷없이 "편법상속을 받았다"고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진로발효는 특히 조세일보의 기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대법원 판례까지 동원했다.
진로발효는 대주주의 배당금과 보수, 유·무상 증자 내지 유상감자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감자 등의 행위에 공시와 함께 주주총회의 결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진로발효가 이러한 내용이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상장사의 엄중한 의무를 잊고 있는 듯하다.
진로발효는 또 공급 카르텔로 인해 많은 이익을 거뒀다는 보도에 대해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실적을 밝히며 “5년간 매출정체와 영업이익 악화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천문학적 초과이윤을 얻고 있다는 기사내용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진로발효측이 제시한 실적에 따르면 2017년 매출 867억원에 영업이익 198억원으로 22.8%의 영업이익률, 2021년 매출 875억원에 영업이익 107억원으로 12.3%의 영업이익률을 각각 보였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량기업들인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0년 5%대, 2021년 8%대에 머물렀다. 진로발효의 영업이익률은 이들 우량기업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유상감자에 대해서도 자본금 규모를 적정화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의도적으로 내용을 왜곡한 명예훼손이라고 통지했다. 주식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시 유상감자가 기업의 가치 제고가 아닌 다른 목적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인적분할을 통한 제이타워의 사유화 과정을 밝힌 기사에 대해서도 업종 전문화를 위한 목적으로 모든 대주주가 동등하게 지분율에 따라 나눠 가졌고 매수가격도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를 거쳤고 주주총회를 통과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며 편법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세일보는 제이타워의 분할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한 바 없다. 하지만 설령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회사 지분의 63.9%를 가진 대주주의 절대적인 의결권 앞에서 37%의 소액주주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의견을 밝히는 것 외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원 보수 등에 대해 서태선, 장진혁, 장진이를 사내이사로 등재 해 매년 보수를 받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진로발효에서 보수를 받는 자는 장진혁 1명이고 제이타워는 서태선 1인만 급여를 받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조세일보는 진로발효에 대한 기업탐사 보도와 관련해 진로발효측에 다시 한번 서면질의서를 보내고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한 답변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