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보수 정권 퇴진...야당 '노동당' 승리로 집권당 교체

21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승리하며 8년 만에 집권당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2013년부터 집권해온 자유·국민 연합 대표직 사임 의사도 밝혔다.

모리슨은 2007년 의회에 처음 진출했으며 2019년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자유당 승리를 이끌어 내며 총리로 취임했다. 집권 이후 반중정책을 펼쳐온 모리슨 총리는 오미크론 방역 실패와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지지율이 하락했다.

모리슨 총리는 TV연설에서 "야당 지도자인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와 통화하면서 선거 승리를 축하해줬다"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원의원 151명과 상원의원 40명을 뽑는 총선 개표가 60％ 이상 진행된 가운데 노동당이 하원 73석을 확보했고, 자유·국민 연합이 53석을 차지했다.

독자적 내각 구성에 필요한 최소 의석은 76석이며 노동당이 3석을 더 확보하면 이탈리아계인 노동당 대표 앤서니 알바니즈(59)가 새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알바니즈 대표는 선거 승리가 유력해지자 "이제 국민들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통합이며 나는 그 길로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공공주택에서 장애 연금을 받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했다고 언급한 뒤 “호주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사회 복지 사업에 투자하며 기후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알바니즈 대표는 시드니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33세이던 199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07년 노동당이 집권하자 인프라 및 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2013년 부총리에 올랐으나 10주만에 물러났다. 2019년 빌 쇼튼 노동당 대표가 총선 패배로 사임한 뒤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내에서도 좌파를 주도한 인물로, 무료 의료 시스템과 동성애, 낙태와 자발적 안락사에 찬성한다. 2019년 당대표에 취임한 후로는 중도 좌파로 선회했다. 이번 선거에선 코로나19 백신 조달 문제와 물가 상승 등 여당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보수 유권자들을 겨냥해 “혁명이 아닌 개선”을 약속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이후 일상을 대부분 회복한 호주에서는 인플레이션 등 만만찮은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이 총선의 주요 이슈였다.

노동당은 아동·노인 돌봄 지출 상향조정, 저임금 노동자 임금 인상 지원, 제조업 활성화, 신규 주택 구매 시 가격의 최대 40% 정부 보조 등의 공약을 제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