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현안에…인사청문 일정 '캄캄'
지난 16일 국회에 청문 요청서 제출
20일 내에 보고서 채택 못하면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 가능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위한 전체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실시 계획서는 채택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는 16일 국회에 송부된 바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모습.(사진 연합뉴스)
지난 16일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이하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송부됐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는 1주일째 개점휴업 상태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 등 굵직한 현안에 더해 6·1 지방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인사청문회법상 시한을 지킨 청문회가 열리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4일 국회 기재위에 따르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두고 기재위 여야 간사 간 협의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 측 관계자는 "인사청문계획서 채택을 위한 회의 개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달 계획된 기재위의 회의 일정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29일까지 비어있는 상태다.
기재위의 개점휴업으로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김 후보자는 2003년부터 4대 권력기관장(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된 이후 처음으로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국세청장이 된다.
인사청문회법(제6조 등)에 따라 국회는 김 후보자에 대해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대통령에게 20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야 한다.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엔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재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는 구조다. 벌써 절반 가까운 8일(24일 기준)이 지났다. 이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은 직권으로 국세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
5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21대 국회 전반기 종료 29일)을 고려할 때 사실상 27일까지가 법적 데드라인이다. 통상 청문회가 열리기 전 후보자에 대한 검증자료를 제출받는 기간이 수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청문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 기재위 관계자도 "정치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치고 국세청장 임명만을 위한 원포인트 회의 개최는 어렵지 않겠느냐"라고도 했다. 게다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위한 원 구성 협상(법사위원장 배분 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기재위 미구성으로 '청문회 패스'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
청문회 일정 협의가 지지부진하면서 국세청 내부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매년 7월 정기인사를 시행했는데, 후보자의 임명이 늦어지면 당초 계획보다 미뤄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며 "차기 청장 인선이 서둘러 마무리 되지 못하면 조직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뿐만 아니라 업무와 연계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애로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으면 김 후보자 개인으로서는 야당의 '송곳 검증'을 피하는 행운일 순 있지만, 자격 미검증이란 꼬리표가 뒤따를 수 있는 부분은 악재다. 국세청 안팎에선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개인신상 문제나 흠결 등 큰 논란거리가 나오지 않아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도 별다른 진통은 없으리란 관측이 많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꼼꼼하게 준비를 해 온 만큼 인사청문회를 거쳐 차기 청장이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김 후보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있는 효제별관에 기획·감찰부서 등을 중심으로 대응팀을 꾸려 청문회를 준비 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