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길어져도…'직무대리 조세심판관' 안둔다 

"조세심판원 직무대리 지정 부정적" 감사원 지적
심판원 “직무대리 안한다”…업무 차질 불가피할듯

31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심판원은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상헌 상임심판관(1심판부)의 교체에 따른 후속 인사가 늦어지더라도 직무대리를 운영하지 않는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앞으로 상임심판관 직무대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상임심판관직은 '4급 이상으로 조세 관련 사무에 3년 이상 근무(변호사·공인회계사는 10년 이상 재직 경력)'한 경력이 있어야 맡을 수 있다. 한 해 1만여건에 달하는 조세불복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 만큼, 조세·법률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면 해당직을 맡을 수 없단 소리다. 상임심판관의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중임이 가능하다(최장 6년).

기존 상임심판관이 퇴직하면서 발생한 공석이 길어졌을 땐 '상임심판관 직무대리'를 체제를 운영해왔다. 빈자리를 메운 건 심판조사관(3·4급)이었다. 상임심판관(옛 2급, 현 고위공무원 나급)과 직급은 달랐지만, 상임심판관 자격요건을 갖춘 인사였다. 최근 6년(2015~2021년)간 7명의 심판조사관이 상임심판관직을 대행한 바 있다.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간 심판관직을 수행하며 심판청구 사건을 의결한 건수는 40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논란이 된 부분은 직무대리 기간을 떠나 심판조사관이 상임심판관직을 수행할 수 있느냐다. 감사원은 최근 내놓은 '국세불복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조세심판관이 아닌 사람을 상임심판관 직무대리로 발령해서 조세심판관회의의 구성원으로 참여시키거나 주심심판관으로 지정해서 심판청구 사건을 심리·결정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세심판원이 준(準)사법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상임심판관에 대해선 '직무대리규정'을 적용할 순 없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감사원의 지적에 "①상임심판관 직무를 대리한 심판조사관은 상임심판관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고 ②상임심판관 퇴직 등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직무대리규정(제6조 5항)에 따라 심판조사관이 본래 담당한 직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후임 상임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직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감사원은 "심판조사관이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자가 아니다"라며 심판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감사원은 주의(가장 낮은 징계 수위) 처분을 내렸고, 심판원으로서는 사실상 상임심판관 직무대리 직함을 사용할 수 없게 되버렸다. 이번 조치로 청구인(납세자)들의 불만 사항을 해결하는데 더딜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심판관회의 참석자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상임 2명·비상임 2명, 3분의 2 출석 개의)하는 구조이기에, 상임심판관 한 명의 '입김'이 세다. 공석 상태가 길어지면 그만큼 다른 심판관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상임심판관 1명당 처리한 사건의 수는 1518건이었다.

다음달부터 1심판관 자리는 공석이 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임명이 최근 무산된 사례는 이런 걱정(심판관 공석 장기화)이 기우가 아닐 가능성을 말해준다. 심판관 임명의 키를 장관이 쥐고 있는 만큼, 장관 인선이 늦어질수록 심판관 공석에 따른 사건처리 지연이 심해질 게 불보듯 뻔하다. 최소 한 달, 길게는 두 달 넘게 심판관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심판관 업무가 과부화에 걸리면 최종 결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고, 납세자는 추가적인 납세협력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어 심리적·경제적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