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권경쟁 본격화?... '이재명 책임론' 대 "李, 당 이끌어야"

친문-친이 갈등 고조... 지선 끝난 지 하루 만에 '여권발(發) 분당론' 까지

신동근·이낙연 등 친문, 이재명 책임론 제기... 친이 7인회 강하게 반발

정성호 "촛불정권 5년 만에 넘겨준 게 누구냐", '친문책임론' 맞불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참패 책임공방이 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권을 두고도 친이(親이재명)계와 친문(親문재인)계·반이(反이재명)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친문 핵심인 신동근 의원은 전날(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참담하다. 더이상 '졌잘싸' 식으로 뭉개고 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대선, 지선 패배에 책임 있는 지도부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총체적 책임론’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이어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책임자들이 어떤 반성과 성찰의 시간도 없이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선을 책임질 비대위를 만들었다"며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의 요구’를 포장하여 송영길과 이재명의 '품앗이 공천'을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를 ‘대선시즌2’로 만들었다. ‘이재명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며 친이(親이재명)계를 직격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두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는 건 국민께 가장 질리는 정치행태"라고 일침을 가했다.

'책임자'를 직접 명시하진 않았지만 지난 대선 패배 두 달여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재명 당선인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당의 선거 운동을 이끌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그런 방식으로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면서 "출발부터 그랬으니, 그다음 일이 제대로 뒤따를 리 없었다. 그러니 국민의 인내가 한계를 넘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 초선의원모임 '더민초' 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3번의 선거를 연속으로 패배함으로써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며 "가장 시급하게 대선·지방선거 결과 및 지난 5년 민주당의 모습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한시도 늦출 수 없다. 이러한 평가는 다수가 폭넓게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한다"면서 "소수가 밀실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아니라, 의원들과 당원·지지자·일반 국민 등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지도부에 지체 없이 의원총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한다. 당장 오늘이라도 모여야 한다"며 "일단 첫 의총으로 시동을 걸고,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친이계 핵심인 '7인회'는 친문의 '이재명 책임론' 공세에 강력 반발하며 이재명 의원이 향후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인회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3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앞으로 당의 개혁을 이끌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현재 당을 개혁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이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고 절대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이 의원이 당권을 잡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당 일각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고 있다"며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거를 이끈 것도 아니고 당을 운영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자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야당이 됐음에도 마치 여당인 것처럼 행세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이제 막 집권한 대통령에게 일할 기회를 주라는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고 '친문 책임론'을 폈다.

그는 나아가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선의 연장전처럼 됐는데, 이는 이 의원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이 의원은 직접 선거에 나와 당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선당후사를 위해 보궐선거에 나섰고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이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기 전에 국민이 만들어준 촛불 정권을 5년 만에 넘겨줬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 참패의 이유를 친문 책임으로 돌렸다.

7인회 멤버인 문진석 의원 역시 전날(2일) 친문의 ‘이재명 책임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의 패배가 이재명 책임이라고? 그만들 좀 하시죠"라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취임 23일 만에 치루는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만한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오셔서 총괄 선대위장 하셨다고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제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던 손혜원 전 의원 역시 ‘이재명 책임론’에 반발, 오히려 지방선거 패배의 탓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돌렸다.

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가 이 당선인을 겨냥해 비판한 기사 내용을 공유하면서 "민주당 패배는 바로 당신, 이낙연으로부터 시작된 것. 본인만 모르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처럼 친문의 '이재명 책임론'에 반발, 친이가 '친문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당권경쟁에 돌입하며 내부 진영간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당선인 또한 차기 당권 도전 의지를 밝힌 바 있어, 2년 후 총선 공천권이 달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첨예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민주당 내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분당(分黨)' 사태로 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