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등 특정 종목 대량 매수 후 주가 오르면 되팔아
대법원 '자본시장법 위반'...두 번째 파기환송 판결
◆…증권사 시세전광판 사진:연합뉴스
특정 종목 주식을 매수한 뒤 자신이 출연하는 케이블TV 증권방송에서 유망주식으로 소개해 주식을 되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투자 전문가에게 대법원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3)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2009년부터 증권방송에서 활동한 A씨는 2011년 10월∼2012년 1월 안랩(안철수연구소),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등 주식을 미리 저가매수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해당 주식을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되팔아 약 37억원의 수익을 낸 혐의로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유사 투자 자문업자’가 주식을 산 뒤 추천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주식 보유 고지를 규정할 법 조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 증권방송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매수를 추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추천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2017년 다른 사건 재판에서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같은 해 A씨 사건에도 영향을 미쳐 대법원은 A씨의 무죄 판결을 파기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2심)은 또 무죄를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가 방송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3개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라는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주식 매수를 부추길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시 재상고했고 사건을 받아든 대법원은 A씨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두 번째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증권의 매수를 추천한다'고 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특정 증권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해 그 증권에 대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주식을 미리 매수해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매도할 수도 있는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 매수 추천을 했다는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