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60명 감염…검사·백신 확대 주력에도 "질병 통제력 상실 우려"
◆…원숭이두창 백신 진네오스 <사진 로이터>
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전염병 및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원숭이두창 발병에 너무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는 현재의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와 비슷하다며, 제한된 검사와 느린 백신 공급으로 전염병이 감지되지 않은 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국성병예방협력센터(NCSD) 데이비드 하비 이사는 "미국은 검사 간소화와 백신 제공, 치료제 접근 등에서 뒤처져 있다"면서 "이는 고리타분한 관료주의적 병폐에서 비롯된 것이고, 결국 질병 확산을 부추긴다"고 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 주창 비정부기구인 '프렙포올'(Prep4All)의 공동 설립자 제임스 크렐런스타인은 "우린 원숭이두창 진단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지난 한 달간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정부 대응은 오류를 범하고 있고 이는 초기 코로나19 사태로부터 교훈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조지워싱턴대 밀켄 공중보건 연구소 존 앤드루스 글로벌 보건 부교수는 "현재 미국 공중보건 시스템이 균열된 데다 충분한 재원도 없다"면서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신종’ 바이러스가 아닌 데다 전염성이 강하거나 치명적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앤드루스 교수는 "우리는 대여섯 번의 코로나19 파고를 겪었으나 매번 방심했던 것을 상기하고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동일한 로드맵에서 같은 페이지를 읽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원숭이두창 통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우리는 그것(원숭이두창)이 어떻게 퍼지는지 알고 있다"며 "우리는 감염된 사람들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검사 장비들과 백신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30개 주와 푸에르토리코, 위싱턴CD 등에서 460건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확인됐지만, 전문가들은 여건상 아직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을 수 없어 이 숫자는 실제보다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말 검사를 민간 시설로까지 확대하는 등 검사와 백신 접근 확대를 통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매주 8000 건의 검사를 1만 건으로 늘리는 데는 한 달 이상 소요되고, 이마저도 워싱턴DC와 뉴욕 등 대도시에 편중돼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로셸 월렌스키 CDC 소장은 "의심스러운 발진이 있는 환자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원숭이두창에 노출된 사람뿐 아니라 확인되지 않아도 노출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에게도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월렌스키 소장은 또 정부 보유분 5만6000 도스의 '진네오스' 백신을 즉각 공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과 워싱턴DC는 바이러스 노출자와 동성 성관계 남성에게 백신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접종 하루 만에 모두 소진됐다고 더힐은 전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향후 몇 주내에 29만6000 도스가 추가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NCSD 하비 이사는 "이 발병은 이미 통제 밖에 있다고 본다"며 "현재 백신이 충분치 않기에 현시점에서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