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이정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제공)
국세기본법 제39조는 "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 및 강제징수비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에는 출자자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 1명과 그의 특수관계인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로서 그들의 소유주식 합계 또는 출자액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이른바 과점주주이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들이 대상이다.
이는 조세징수의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법인의 운영을 지배할 수 있는 출자자에 한하여 법인으로부터 징수할 수 없는 액을 한도로 하여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케 하는 제도이다.
그 동안 위 조항의 적용과 관련하여 지분율이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것은 분명하나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판례들이 있다.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두1615 판결은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과반수 주식의 소유집단의 일원인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 회사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과점주주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없다"면서, 다만 "주주명의를 도용당하였거나 차명으로 등재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그 명의자가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일단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것처럼 보이나, 판례는 (ⅰ) 원고가 주식을 소외인에게 양도하여 그에 대한 명의개서까지 마친 이후(대법원 2012. 12. 26. 선고 2011두9287 판결), 그리고 (ⅱ) 원고가 단지 명의만 대여한 형식상의 주주로서 폐업·영업 여부 및 대표이사의 변경 등 사업의 주요 사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경우에는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보아 제2차 납세의무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두7578 판결).
이처럼 기존의 판례는 납세자가 50% 초과 주주에는 해당함을 전제로, 실질적으로 법인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사실관계 판단의 문제가 주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두60226 판결(이하 '대상 판결')에서는 영어조합법인의 출자자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이는 국세기본법 제39조가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에 대해서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데서 비롯한 것이다.
위 사건의 원고들은 농어업경영체법 제16조에 따라 설립된 영어조합법인의 총출자지분의 51%와 44%를 각각 보유한 출자자이다. 위 영어조합법인이 2016년 귀속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를 체납하자, 관할 세무서에서 원고들이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고 보고 원고들에게 체납 국세의 납부를 통지하였다.
대상 판결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는 상법상 주주 등의 유한책임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서 본래의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에게 보충적인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그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6110 판결 참조),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의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은 상법상의 개념과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이나 조세법률주의가 요구하는 엄격해석의 원칙에 부합하므로, 영어조합법인의 출자자가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오히려 농어업경영체법 제16조 제8항에 따르면 영어조합법인에 관하여는 농어업경영체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위 판시와 같이 국세기본법 제39조를 문언해석할 때 영어조합의 출자자가 주주 또는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 가목 내지 나목의 유한책임사원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영어조합법인이 향후 일정한 절차를 거쳐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등으로 조직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농어업경영체법 제18조).
한편, 대상 판결의 제1심에서는 원고들이 조합원명부 및 출자내역서에 출자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등재되어 있으므로, 원고들이 출자자 명의를 도용당하였다거나 차명으로 등재되었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이나 혹은 출자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9. 5. 30. 선고 2018구합65171 판결).
즉 제1심에서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들과 유사하게 원고들이 국세기본법 제39조의 '주주'에는 해당함을 전제로, 실질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갔으나,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이러한 판단 이전에 이미 원고들이 주주 등에 해당하지 않아 제2차 납세의무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세기본법 제39조의 취지가 회사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실질적인 운영자인 과점주주가 회사의 수익은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그 손실은 회사에 떠넘김으로써 회사의 법인격을 악용하여 이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크므로 이를 방지하여 실질적인 조세평등을 이루려는 데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헌법재판소 1997. 6. 26. 선고 93헌바49 결정 등 참조), 대상 판결로 인하여 영어조합법인이 실질적으로는 주식회사와 같이 운영되면서 조세만 회피할 수 있게 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특히 영어조합법인에 대하여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조합원 개인은 납세의무를 회피할 수 있고, 어업인인 조합원이 높은 수준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함을 고려할 때(다만, 농어업경영체법 제17조 제6항에 따라 어업인이 아닌 자도 출자하여 준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주식회사의 주주들과의 사이에 과세형평이 문제될 소지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판결이 판시한 것과 같이 국세기본법 제39조의 취지 및 문언을 고려할 때 영어조합법인의 출자자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고, 그 적용범위는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이다. 대상 판결은 제2차 납세의무의 적용 범위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두6022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