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올해 세법개정안부터 점진적 감세 추진
법인세 최고세율 22%로…경기회복 시켜 세수 증대?
비과세·감면 정비로 재원 마련…현실성에 의문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1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주요 핵심과제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실시했다. 사진은 추 부총리가 지난달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사진 기획재정부)
윤석열 정부가 올해 마련할 세법개정안에 다수의 '감세' 정책을 담는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리는 등 기업 과세제를 과감하게 정비하겠다는 것인데, 이 조치로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더 들어올 수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9조원에 달하는 새 정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부분도 핵심과제다. 그런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직접적인 증세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식으로 세입기반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과거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터라, 과감한 정비가 가능하겠냐는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 자료엔 기재부가 추진할 핵심과제인 거시·민생경제 안정적 관리, 대내외 경제정책 총괄·조정 강화, 규제혁신, 재정혁신, 예산편성 방향, 공공기관 혁신, 세제개편 방향이 담겼다.
기재부의 주요업무로는 예산편성 외에도 조세정책 수립·운용이 꼽힌다. 대표적으로 국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매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세제개편은 '세부담 적정화·정상화'에 무게를 둔다.
우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 25%에서 22%로 내리며 4단계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구간도 단순화시킨다. 기업 과세제 손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없애고, 가업승계에 따른 세금 부담을 덜어주도록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늘리거나 가업승계 때 납부유예를 허용하는 안도 세제개편안에 담는다.
특히 이른바 '집부자 세금'인 종합부동산세제도 손질한다.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격으로 바꾸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새정부는 '세제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하향 조정하거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고령·장기보유자 종부세 납부유예 도입 등 대책을 내놨다.
세제지원책(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 강화, 근로·자녀장려금 재산요건 완화 등)까지 겹치다 보니 세법개정안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예년보다 커질 여지가 높다.
'초대형 감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정 과제에 쓸 돈은 어떻게 마련한다는 것일까. 기재부의 업무보고 자료엔 '조세인프라 확충 등을 통한 재정의 지속가능성 기반도 강화'라고 적혀있다. 재원마련책으론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만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건들기 어렵고 막상 제도정비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재정악화 흐름을 바꿀만한 규모가 아닐 것이란 시각이 짙다. 기재부에 따르면 일몰이 도래한 조세특례 정비율은 2020년 21%에서 지난해 22%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강한 '재정 다이어트'가 수반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재정운용 폭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를 의식하듯,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구조조정(한시지출 정비, 사업구조 개편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과거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터라, 특별한 재원마련책이라고 볼 수 없다.
기재부는 거시·민생경제 안정관리와 관련해 "민생·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전방위 대응하고,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수출·투자활력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간 발표된 민생·물가안정 대책에 따라 유류세 인하(30→37%), 저소득층 가구당 최대 100만원 신규 지급,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업체당 600~1000만원) 등 지원이 이루어진 바 있다.
또 규제혁신을 범정부 어젠다(의제)로 격상하고, 이달 중 민관합동 경제 규제혁신 TF를 출범시켜 모든 핵심규제가 철폐될 때까지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형벌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 밖에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요소를 대폭 정비하기 위한 '혁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