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전 美 국방 "韓 '안미경중' 외교, 오래 지속해선 안돼"
文정권의 '균형외교' 비판 시각 드러내... 韓의 쿼드 가입도 촉구
文정권 '안미경중' 전략, 생존 위한 선택... '균형외교' 강조
尹정권, '안미경중'→'비례외교' 전환 중... 中관계 정립에 힘써야
'실리외교' 강조하는 이유... "美·中, 어느쪽도 간과해선 안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2일 에스퍼 전 장관이 이전 문 정부의 대외정책이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추구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러한 입장이 실행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의 나쁜 행동에 맞서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한국은 중국의 가장 큰 교역국이란 현실을 저도 인식한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도 가장 큰 교역국"이라면서 "결국 인도태평양을 약화시키고 이웃 국가들을 강압하려는 공산국가를 상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경제적 파트너, 미국을 안보 파트너(안미경중)로 정하는 것은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없다"면서 "어떤 시점에는 각국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가입에 대해선 "한국은 강력한 경제, 강력한 민주주의를 가진 기술 선도국이자 큰 교역국"이라면서 "한국이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가입을 추진해 '퀸트'로 가야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시각은 문 정부의 대미-대중 전략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략적 모호성·균형외교'는 문 정부로서는 국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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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안미경중' 전략, 생존 위한 선택... '균형외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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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23일 중국 쓰촨성 성두에서 개최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특히 지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시 중국측의 대화 거부를 해소하고 관계 개선을 통해 정치적 문제와 함께 꼬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 얘기도 오가는 등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드 갈등 봉합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대를 회복했다. 국민들은 '균형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보수언론들도 경제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치열한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문 정부가 친중·반(反)서방 정책을 펼친다는 부정적 평가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대중관계는 정치적 의미는 물론 경제적 셈법까지 복합적으로 챙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반대 의견도 강했다. 특히 대북관계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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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안미경중'→'비례외교' 전환 중... 中관계 정립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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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회의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확장을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했다.［사진=대통령실］
이는 이전 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 미·중·일 3국과의 관계에서 전혀 유효성이 없었음은 물론, 대북정책에서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7개국(G7) 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이후 신(新)냉전체제 도래로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윤 정부는 외교 기본원칙을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 전개'라고 정립했다.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기반으로 미·중·일·러 4개국 협력 강화를 추진,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번영 환경 조성과 지역·글로벌 차원에서 우리 위상 제고'가 과제목표의 골자다.
세부적으로 한미관계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전방위적 협력 지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지속 강화하고 경제안보, 인태지역 및 글로벌 협력을 위한 한미공조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중관계에 있어서는 실질 협력 증진을 통한 상호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한중관계 구현이라는 목표 하에 한반도 평화·안정 및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 확보, 경제·공급망·보건·기후변화·환경(미세먼지)·문화교류 등 분야 중심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결과적으로 윤 정부의 경제안보의 핵심축은 '굳건한 한미동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중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를 선언했다.
안보는 물론 글로벌 무역질서 또한 '가치 동맹' 중심으로 재편해 중국을 견제하고 인태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에 동참한 셈이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의 면면을 보면 이 같은 정책 전개가 자명해보인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 첫 국가안보실장에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안보실 1차장에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과거 이명박(MB) 정부에서 한미 동맹 중심의 외교안보정책을 지휘했던 인물들이다.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수장 역시 미국통인 박진 외교부 장관이다. 친미·반중·대북 강경 외교 색채가 짙어지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들로부터 대외정책 자문을 받아왔다. 따라서 현재 외교·안보정책은 MB정부 대외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본다면, MB정부 외교안보 정책으로 인해 한반도가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합리적 균형외교'가 아닌 '한미 동맹' 일변도로 가겠다는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는 게 그 이유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경제적 충격은 물론 대북관계 해법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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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외교' 강조하는 이유... "美·中, 어느쪽도 간과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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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 룸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0개월 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다.［사진=연합뉴스, AFP제공］
국제 정세가 신(新)냉전체제로 전환된 시점에서도 '실리외교' 원칙을 쉽게 버려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와의 교역 1위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달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파트너국 자격으로 참석해 나토의 대러-대중 견제 노선에 합류함으로써 중국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은 한국의 나토 정상회담 참석에 대해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일방적으로 금이 가게 한 행위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인도태평양 안보를 위한 AP4 정상회담을 가진 데 대해서도 중국은 나토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우리나라가 가담한 것으로 간주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가장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을 자극해 경제적 보복을 초래할 이유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16년 상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당해 중국과 교역을 해왔던 기업들은 오랜 기간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 어느 정도 회복을 한 상태에서 또다시 중국을 자극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압박과 경제적 보복을 당할 경우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 전 방위 외교를 펼치겠다"며 한·미·일 등 가치 연대 강조와 중·러 와의 실리외교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미국과는 자유민주주의란 공동가치와 목표에 기반해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협력의 지리적 외연을 전 세계로 넓혀가겠다"고 강조했다. '실리외교'를 강조했지만 대중국 외교 전략에 대한 핵심 메시지는 없었다.
한편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5일 한국일보 '논담' 인터뷰에서 윤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안미경중'에서 탈피해 미·중 외교관계 비중에 따른 '비례외교'로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의 대외정책은 '북한 포용정책을 상수로 한 한반도 중심외교'로, 새 정부의 정책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부응, 국제 외교무대로 나아가 적극적 역할'으로 대비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정책 변화에 대해 "경제성장 지속과 한반도 안보라는 현실적 목표를 위해서도 변화의 흐름을 타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중국과의 관계 악화 여부에 대해선 "중국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중국이 만약 내수시장 확대로 대응하기로 결정하고 시장 문을 걸어 잠그게 될 경우,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물론 중국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12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 중국 수출은 0.8% 감소했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에 대한 호조세는 이어졌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시장이 침체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의 대(對) 중국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8.9% 급감했다.
중국의 내수 강화 산업정책과 수입구조 재편이 이어지면, 중간재와 가공무역 위주의 우리 수출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업그레이드 협상 등을 통한 대중 수출을 확대하려면 우선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급선무다.
국제 정세가 급히 돌아가는 상황에서 중국 공급망에 큰 차질이 발생하기 전 중국과의 관계를 가능한 빠른 시일내 정립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