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험연구원 CI
보험연구원은 19일 “뇌진탕 사례에서 나타난 자동차보험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자동차보험 경미 사고 사례는 상해 심도에 비해 과도한 손해배상을 초래하는 자동차보험의 허점(Loophole)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사이드미러끼리 스친 접촉 사고에서 상대(피해) 차주 B씨는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며 한의원에 5일간 입원했고 수리비와 렌트비 명목으로 49만원을 A씨에게 청구했다. 상식적으로 신체 상해가 없어 보였지만 B씨는 뇌진탕을 주장했고 경추 염좌와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B씨의 상해 여부와 심도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지만 A씨는 B씨의 주장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제도는 상해 항목별로 진료비, 위자료 등 보험금 한도를 상해 급수에서 정하고 있는데 이는 높은 보험금 한도의 상해로 진단받으려는 유인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해 급수는 248개의 상해를 14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대인배상 보험금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1급부터 14급까지 각 급수에 대해 대인배상 부상 보험금 한도가 1급 3000만원에서 14급 50만원까지, 위자료 한도는 1급 200만원부터 14급 15만원까지 규정돼 있다. 가해자가 대인배상Ⅱ에 가입한 경우 피해자의 진료비 등 보험금은 상해 급수의 책임한도액을 초과한 보험금을 보상받을 수 있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1~8급, 골절 등의 비중은 25.7%에 불과하고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타박상, 척추 염좌, 뇌진탕, 그 밖에 14급 혹은 12급, 9급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상해 비중이 상당하다. 2020년 기준으로 뇌진탕의 피해 인원, 진료비 비중은 2.4%, 3.8%로 2010년의 0.30%, 0.33%의 8배 이상 확대됐다.
상해 급수 11급의 뇌진탕은 MRI·CT를 통한 객관적 입증이 가능한 뇌 손상(두부 출혈 등)과는 다르게 주관적 통증 호소만으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뇌진탕의 경우 신경외과의 협진 없이 한의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피해자의 상해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을 만큼 경미해도 뇌진탕(11급, 책임보험금 한도 160만원)과 경추 염좌(12급, 책임보험금 한도 120만원) 등에도 보험금 한도가 높게 규정돼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은 상해 입증이 어려울 경우 보상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와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상해 급수 11급의 뇌진탕 피해 인원은 2010~2013년 평균 4619명에서 2018~2020년 평균 5만1562명으로 11.16배 늘어났고 1인당 보험금은 134만원에서 270만원으로 2배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뇌진탕 환자는 건강보험에 비해 진료 기간이 길고 진료비도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진료비가 커지면서 합의금인 향후치료비는 96만 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건강보험 대비 자동차보험 환자의 입원 일수는 1.6배, 외래진료 일수는 7.5배 길고 1인당 진료비는 건강보험의 2.8배였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해 급수가 대인배상 부상 보험금의 지급 기준으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상해에 대해서도 보험금 한도를 규정하고 있어 과잉진료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충돌 상황 재연 혹은 충격 속도를 분석하는 기술적 분석이 상해 여부 입증에 확대될 필요가 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마디모를 확대하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분석결과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으로 상해를 입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보상 유인을 억제할 수 있는 상해 급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