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의 미래, 기존 화폐시스템과의 보완적 관계에 달려”…코인 3부작 낸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앵커의 20% 연이자를 ‘사기’로 볼 수는 없어
미러프로토콜의 합성자산은 의미 있는 성과
테라 사태, 실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직하진 않아

코인 대출업체 파산,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유사해
코인 업계 위기, 실물 부문으로의 파급효과는 제한적
비트코인, 유동성 흡수 과정에서 나스닥과 가격 동조

블록체인은 다리나 교량...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
사기, 불법 거래 막으려면 금융기관 진출 확대해야
크립토, 피아트 시스템과 공존하며 실물경제 떠받쳐야

코인 과세, 세원 포착하는 방법론 마련이 우선
“코인 시장, 상당한 연구 없이는 실패하기 쉬워”

▶ 국민은행장 퇴임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퇴임하고 나서 금융연구원에 초빙 연구위원으로 있었습니다. 2016년에 은행에 대한 책 한 권(이건호의 뱅크엑스)을 집필하면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뱅킹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요. 그러다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KDI에서 암호화폐(cryptocurrency) 강의를 개설했습니다. 강의하면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를 쭉 정리했습니다. 그걸 모아서 작년부터 책으로 낸 거죠.”

▶ 지난달 완성하신 코인 3부작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코인이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처음에 쓰려고 했던 내용은 ‘탈중앙화와 크립토시스템(2권)’입니다. 그런데 코인에는 워낙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요. 코인들은 상당 부분 이전의 코인에 대한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면서 나온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방법론에 대한 책을 먼저 쓰기로 했습니다. 기본적인 것은 비트코인에 다 담겨 있거든요. 그렇게 지난해 7월에 ‘비트코인의 방법(1권)’을 냈습니다. 그다음에 처음 쓰려 했던 내용으로 2권을 냈습니다. 2권을 쓰면서 깨달은 것은 코인이 기존 화폐나 은행 시스템과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실물경제가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금융과 관련해 크립토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잠재력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다룬 내용이 지난달 나온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3권)’입니다.”

▶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쉽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코인의 과거라는 건 다른 경로의 기술적인 혁신을 추구하느라 수많은 형태의 코인이 나오게 된 과정에 해당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굉장히 많은 코인이 나왔고, 코인 기반 금융 시스템인 디파이도 등장했죠. 이러한 상황이 코인의 현재입니다. 그런데 주류 경제학자들은 굉장히 회의적이에요. 크립토커런시나 디파이가 기존의 화폐나 금융을 대체하겠다고 나왔지만 실물경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말이죠. 저는 금융으로서의 디파이 현상이 코인 생태계가 가지는 의의의 전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걸 기초로 화폐 경제 시스템에 보완적인 역할을 하면서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하부구조가 갖춰지고 있는 거죠. 코인의 미래는 여기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화폐 경제 시스템과 크립토 시스템이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고 발전했을 때 실물경제가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말씀만으로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렵겠네요.

“이렇게 비유를 해볼게요.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이 활발하게 나오기 시작했잖아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여러 경로를 거쳐서 인터넷 상의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로 분화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버블 당시만 놓고 보면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뭔지 확실하지 않을 시기였어요. 익스플로러나 야후, 넷스케이프 같은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한참 지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 인터넷은 극히 초창기였죠. 닷컴 버블이 발생하기 전이 과거라면 버블 당시는 현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사회 전체가 인터넷 기반으로 이행되어 가는 건 미래구요. 결국 닷컴 버블 시점에 인터넷을 바라보는 눈과, 현 시점에서 우리가 코인을 보는 시각을 비슷한 잣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테라 사태에서 두 코인이 갑자기 폭락한 원인이 궁금합니다.

“테라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죠. 담보가 되는 자산이 있는 건 아닙니다. 발행자 측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시장 수급을 조정해 가치를 유지한다는 건데. 그럴듯하지만 유지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모자 장사가 빨간 모자랑 파란 모자를 판매합니다. 파란 모자는 하나에 100원이라고 가격을 정해 놨어요. 빨간 모자의 경우 수요가 많으면 값이 올라가고 적으면 떨어집니다. 파란 모자가 100원이라는 의미는 사갔다가 다시 가져오면 언제든지 100원을 주겠다는 건 아닙니다. 100원어치 빨간 모자를 주겠다는 거죠. 빨간 모자가 50원으로 떨어지면 두 개를 주고, 20원이 되면 다섯 개를 주는 식입니다.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기본적으로 얼마가 됐든 간에 빨간 모자를 사려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테라USD(UST)를 파란 모자라고 하고, 테라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는 루나 코인을 빨간 모자라고 합시다. 테라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있어요. 1달러에 해당하는 만큼 루나를 주면 됩니다. 그런데 루나 값이 뚝 떨어져버려요. 엄청 많은 루나를 줘야 하는 거죠. 사람들이 루나 가치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루나 가격은 더 떨어지게 됩니다. 이제는 테라를 갖고 와도 약속된 값을 맞춰줄 만큼 루나를 확보하기 힘들어진 거예요. 루나 가격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테라의 1달러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작동을 안 한거죠.”

▶ 모자 장수가 가진 빨간 모자의 수량에 한계가 있어서 메커니즘이 깨졌다는 얘기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돼요. 파란 모자 하나를 갖고 100원을 달라고 그랬는데 시장에서 빨간 모자를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겁니다. 빨간 모자를 1원에 산다고 하면 100개 만들어서 주면 되는데 10전에도 안 사가는 거예요. 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파란 모자를 들고 가봤자 빨간 모자를 갖고 100원어치를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죠”

▶ 그렇다면 루나를 찾는 사람들이 없어졌기 때문에 두 코인이 폭락한 거네요.

“정확히 얘기하면 루나의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루나가 피크 때 120달러 가까이 갔다가 하룻밤 사이에 가치가 제로에 가깝게 떨어졌거든요. 루나를 가지고 테라 1달러를 맞춰줄 방법이 없는 거죠.”

▶ 사람들이 테라를 원해서 루나를 가지고 와서 교환한 건지, 아니면 루나를 원했기 때문에 테라를 가지고 와서 교환 요청을 한 건지 궁금합니다.

“앵커라는 금고에 예치하면 20퍼센트의 이자를 줘요. 예치하려면 테라가 필요했죠. 그래서 테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테라를 사려면 루나를 지불해야 하니까 루나 값이 올라갔어요. 그런데 루나 값이 쭉쭉 떨어졌잖아요. 사람들이 테라를 돈으로 바꾸려고 할 때 루나 값이 완전히 떨어진 상태니까 루나로 약속된 값만큼 채우기가 힘들어진 거죠.”

▶ 테라를 루나와의 교환 없이 USDC나 달러로 바꿀 수는 없었을까요.

“테라를 USDC로 바꾸려면 USDC가진 사람이 바꿔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걸 안 바꿔줍니다. 결국 루나를 확보해서 USDC로 바꿔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루나를 가지고 가도 안 바꿔주는 겁니다. USDC 가진 사람이 안 바꿔주면 못 바꾸는 거죠. 결국은 루나가 담보인 셈인데, 담보가치가 확 떨어져서 테라도 가격 유지가 안 된 겁니다.”

▶ 책에서 루나 시가총액이 UST의 그것보다 더 떨어질 경우 시장가격이 급속히 붕괴될 수 있다고 설명하신 게 이러한 이유에서인가요.

“그렇습니다. 이론적으로 테라가 100개 있으면 100달러잖아요. 그런데 100달러가 되려면 루나 시총이 최소 100달러는 돼야죠. 90달러면 안 되는 겁니다.”

▶ UST는 테라 블록체인 내에서 화폐 역할을 했는데 담보자산이 없었던 것도 문제 아닙니까.

“스테이블코인은 세 종류입니다. 첫 번째는 담보 자산을 보관해 놓은 상태에서 발행하는 코인입니다. USDC가 대표적이고 은행 예금이랑 사실상 같다고 보면 됩니다. 유사시에 코인을 돌려주고 담보를 찾아가면 되니까 가치가 유지됩니다. 다이 같이 코인을 담보로 마련해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UST의 경우 밸런싱 자산인 루나 코인이 실질적인 담보 역할을 합니다. 담보하고 밸런싱 자산이 어떻게 다른지는 다이하고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이는 이더리움 같은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거예요. 다이라는 코인 형태로 대출을 받는 거죠. 담보 비율은 150%가 적용됩니다. 이더리움 1500불어치를 맡기면 1000불 상당의 다이를 받는 거예요. 담보로 맡긴 이더리움 가치가 떨어질 경우에는 돈을 빌려준 사람이 이더리움을 팔아서 회수해버립니다.”

▶ 그게 청산인가요.

“네.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빌린 사람이 담보를 추가로 넣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청산을 통해 부채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유지를 합니다. 그런데 테라의 경우 돈을 빌린 사람과 담보가 있어서 일대일 관계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테라 전체, 그리고 루나 전체만 있었습니다. 누가 청산을 해 줄 메커니즘이 없었던 거죠. 시가총액이 떨어졌을 때,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부터 청산해야 하는데 그걸 못했습니다. 결국 담보인 밸런싱 자산 가치가 쭉쭉 떨어지는 거죠.”

▶ 테라가 청산 시스템을 갖췄더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청산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청산이란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추가로 담보를 집어넣지 않을 경우 담보를 강제로 팔아 대출을 회수하는 거예요. 명확하게 얼마만큼 대출이 있고, 얼마만큼의 담보가 있어서 개별 계약으로 묶여 있어야 하거든요. UST의 경우 개별적인 관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루나 가격이 떨어졌을 때 추가로 담보를 집어넣을 대상이 없었던 거죠. 예를 들어 USDT(테더)는 테라만큼은 아니었지만 일시적으로 디페깅이 발생했었습니다. 이것도 개별 계약이 아니었어요. 총액 기준 발행량만큼 담보를 마련했다고 얘기했죠. 담보에는 달러 예금과 채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달러 채권은 현금화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려요. 채권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있죠. 정리하자면 테라의 담보자산이 루나 코인이었다는 게 한 가지 원인입니다. 채권만큼 명확하게 가치가 정의된 코인이 아니었으니까요. 여기에 담보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회수하는 청산 메커니즘도 없었습니다.”

▶ 청산 시스템을 갖춘 스테이블코인 다이에 별 문제가 없었던 게 그래서인가요.

“사람들이 전부 다이가 불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버텼어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사기 행위를 벌였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굉장히 복잡해요. 앵커가 20% 이자를 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20%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폰지라고 얘기하죠. 마케팅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을 한 거라면 폰지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테라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돈을 빼돌렸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게 사실이라면 범죄인 거구요. 단순히 높은 이자율을 약속했는데 이자를 벌어들일 능력이 없었으니까 사기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코인 담보 40억달러어치는 테라나 루나 시가총액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우리는 지금 사후적으로 얘기를 하고 있어요. 사전적으로는 당시 분위기를 봐야 합니다. 그 때는 루나 가격이 급속하게 떨어질 거라고 아무도 예측을 안 했어요.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경우 초기에 방어를 해주면 도로 회복이 될 거라는 게 시장의 기대였죠. 사후적으로 그 기대대로 안 됐으니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쉽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는 논란거리는 됐지만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되지 않겠냐고 믿었던 것은 틀림없어요.”

▶ 암호화폐 전문가로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공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앵커 같은 매커니즘을 안 썼으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프로토콜로 발전했을 겁니다. 성장은 조금 더디겠지만요. 미러 프로토콜은 합성 자산을 만들어서 트레이딩 하는 프로토콜입니다. 이건 나름대로 꽤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거 중심으로 차분하게 성장했으면 됐을 거예요. 그런데 어쨌거나 담보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내놨으니까. 그나마도 UST가 처음이 아니었거든요.”

▶ 권도형 대표가 이전에도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낸 적이 있었나요.

“예. 베이시스 캐시라는 코인이 있었습니다. 권도형 씨가 개발을 했다는 얘기가 루나 사태 이후 밝혀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으로서는 한번 실패를 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실패한 모델을 가지고 와서 앵커를 얹었죠. 좋게 얘기하면 마케팅 도구고, 나쁘게 얘기하면 폰지인 앵커를요. 너무 급하게 성장을 하려고 했어요. 실수로 그렇게 만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직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미러 프로토콜의 합성자산이 코인을 담보로 만들어졌다고 책에서 설명하셨는데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합성자산이라는 게 추종하고자 하는 자산을 직접 집어넣어서 만드는 건 아니거든요. 스테이블코인이랑 똑같습니다. 다른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자산 가격이 움직이는 것을 계속 모방해 나가는 거죠.”

▶ 미러 프로토콜의 합성자산에 대한 미국 SEC의 조사가 있었는데도 의미 있는 성과로 보십니까.

“합성자산 프로토콜이라고 하는 게 그 자체로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것입니다. 잘 운영을 해서 끌고 갔으면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했을 겁니다. 앵커 같은 메커니즘을 넣어서 급속히 키우지만 않았으면 어느 정도 유지가 됐을 수도 있어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지금도 많습니다. 루나가 망가진 이후에도 여러 개가 있으니까요. 페깅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디페깅이 있더라도 비슷하게 유지되게 끌고 가는 건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 테라 사태 이후 코인 대출 플랫폼들의 파산이 이어지고 있는데 원인이 궁금합니다.

“파산 업체 중에 3AC는 대출 플랫폼은 아닙니다. 에쿼티 펀드(Equity fund) 스타일의 가상자산 투자 회사죠. 이곳은 테라에 물려서 망가졌습니다. 셀시우스나 보이저는 3AC 쪽에 돈을 빌려줬다가 연쇄적으로 물리게 됐죠. 일반적으로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출로 연결돼 있으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현상과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투자 잘못한 회사가 망하면 돈을 빌려준 회사도 망하고. 여기다 빌려준 곳이 또 망하고. 이런 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본인들은 저금하는 기분으로 예치를 했는데 회사가 자산 운용을 잘못한 거죠.”

▶ 최근 파산한 셀시우스의 작동 원리가 궁금합니다.

“일반 금융기관이랑 똑같은 원리로 움직입니다. 투자자나 금융기관한테 예치금이나 차입금을 빌려서 그걸 가지고 대출을 하는 거죠.”

▶ 은행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요.

“은행하고 비슷한 오퍼레이션으로 보면 되죠. 현재 크립토 쪽에서 망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테라나 3AC하고 연관되어 있습니다. 아니면 거기서 파생된 셀시우스랑 연관이 있거나요.”

▶ 코인 업계에 닥친 위기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까.

“2008년 국제금융위기하고 상황은 똑같습니다. 당시 버블 때 부동산 담보 대출을 많이 해주면서 금융기관들이 중첩되어 연결됐습니다. 그런데 버블이 꺼지면서 연쇄적으로 부실화됐습니다. 크립토 버블도 마찬가지예요. 테라만 망가진 게 아닙니다. 작년 연말부터 따지면 크립토마켓 전체가 60% 이상 가라앉았습니다. 거품이 꺼지면서 취약한 기관부터 계속해서 망가지고 있는 거죠. 최초에 손실이 발생한 부분은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손해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부실화된 금융기관들이 정리되면 남은 것을 가지고 다시 움직이게 되는 거죠.”

▶ 코인 업계의 위기가 다른 부문에 충격을 주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크게 두 가지 이유인데요. 하나는 메이저 금융기관들이 크립토마켓에 들어와서 물린 게 거의 없습니다. 크립토마켓 자체가 전통 금융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이쪽이 워낙 변동성(volatility)이 큰 마켓이니까 전통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안 들어왔습니다. 들어와 있는 게 작으니까 별로 물릴 게 없는 거죠. 두 번째는 여기서 무슨 대출이 문제가 됐다고 하지만 실물 부문에 대출을 해줬다가 부실이 발생한 게 아닙니다. 크립토마켓 안에서 테라가 무너진 거고, 다른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한 거죠. 원인 자체도 마켓에 있었고,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마켓에 대한 투자가 크지 않았고요. 그러니까 코인 업계에서는 문제가 컸지만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별로 영향을 안 받는 거죠.”

▶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나스닥 지수와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요.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코로나 확산하고 나서 유동성이 많이 풀렸잖아요. 그러면서 주식과 코인이 같이 오른 거죠. 그런데 유동성 흡수가 시작되면서 같이 빠진 겁니다. 그래서 상관관계(correlation)가 높아졌다는 설명이 있구요. 두 번째는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기술주와 같은 걸로 간주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 기술주 투자하는 사람이 코인이나 기술주나 동일하게 본다는 말씀인지요.

“그런 셈이죠.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똑같이 불확실하면서 수익률은 꽤 높을 수 있으니까요.”


 
▶ 책에서 코인의 미래를 결정할 요소로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꼽았는데 혹시 염두에 둔 모델이 있으십니까.

“내가 염두에 둔 게 있었으면 제가 사업을 했겠죠. (웃음) 제가 책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거는 이거예요.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얘기하지만 막상 블록체인을 이용해 뭘 하느냐에 대해 별로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있어야 경제에 기여할 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현재까지는 그게 없고 그냥 블록체인 자체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저는 블록체인이라는 건 도로나 교량이라고 비유를 해요. 예를 들면 일산대교 같은 거죠. 이거 지어 놓고 통행료 때문에 말이 많았잖아요. 그러니까 블록체인이라는 게, 만들어 놓고 이용하는 사람한테 수수료 받는 장사입니다. 그런데 이게 경제적으로 가치를 가지려면, 차들이 어딘가 가서 비즈니스를 하느라고 움직여야 경제에 기여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차들이 가서 뭘 할 거냐는 안 따지고 내내 다리만 쳐다보고 있다는 거죠.”

▶ 대교에서 받는 수수료가 코인입니까.

“그렇게 보면 되죠. 다리 만들어 가지고 유지하는 데 돈이 들어갈 거고, 유지하기 위해 통행료 받고 그러잖아요. 거기에 사용되고 있는 게 토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까지 거의 대부분의 토큰이 그런 방식이죠.

▶ 그렇다면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을 하나의 인프라 사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블록체인들이 그런 인프라에 해당하는 거죠.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블록체인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 도로는 만들어놨는데 주변이 황무지인 상황을 상상하면 될까요.

“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코인의 미래를 결정할 다른 하나로 디파이 시장 질서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봅시다. 우리가 디파이를 탈중앙화된 금융이라고 설명하잖아요. 기존의 금융이라는 걸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구현했다고 사람들도 이해하고 있구요. 저는 그게 아니라는 거예요. 디파이라는 마켓에 들어가면 주된 게 렌딩이 있구요. 스테이킹, 유동성풀이 있습니다. 디파이 렌딩이라는 거는 실물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게 아니고 코인담보대출이에요. 주로 레버리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스테이킹이나 유동성풀이 있습니다. 코인을 투자해서 코인으로 배당 내지는 이자를 받는 건데, 상당 부분은 블록체인 자체의 블록 리워드나 이용 수수료를 나눠 갖는 거란 말이에요. 결국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만들어내고 있는 건, 해당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는 코인 뿐이에요. 이게 실물경제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다시 다리 얘기로 돌아오는 거예요. 지금은 계속해서 다리만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물경제에 기여를 하려면 이를테면 한쪽에서 농사를 짓는 겁니다. 수확해서 다리 건너편에 있는 사람한테 팔아요. 이렇게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있어야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 다니면서 통행료를 지불할 것 아니겠어요. 그래야 통행료로 사용되고 있는 코인의 가격도 계속 오르죠. 한쪽에서 농사 짓고, 반대편에서 소비하면 실물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거구요. 기존 전통 금융에서는 이걸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농사를 짓는데 자금 지원을 어떻게 할거냐. 혹은 소비하는 데 파이낸싱을 어떻게 할거냐.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지금 디파이는 코인을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거죠.”

▶ 회사가 코인을 발행한다면 투자자들이 코인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실물경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앞으로 남은 숙제입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게 파일셰어링 같은 공유 서비스하고 메타버스나 NFT 게임입니다. 이 경우는 온라인상에서 토큰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거잖아요. 제가 말씀드린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건 이런 겁니다. 실물경제하고의 인터랙션에서 현금흐름(cashflow)이 발생해요. 그걸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대가로 지불해주는 겁니다. 실물경제의 생산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블록체인 생태계의 투자자들한테 나눠주는 구조인거죠. 그런데 디파이에 이런 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요. 결국 궁극적으로는 어느 코인 가격이 오르냐 밖에 볼 게 없는 거죠.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전문가인데 반해,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잘 모르잖아요. 블록체인에 대해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든 비즈니스가 있다면 그걸 보고 투자를 하겠죠. 그런데 비즈니스도 없이 기반 하부 구조에 해당하는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 블록체인을 평가할 능력이 없고, 전문성을 가진 투자 자체가 힘들다는 거죠.”

▶ 투자자를 위해 코인 발행사에 재무제표 작성을 강제할 수는 없을까요.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 대부분이 비즈니스가 굴러가는 상태에서 발행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제부터 비즈니스를 만들겠다고 하는 상태에서 발행하죠. 앞으로 비즈니스가 제대로 될 건지 아닌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보여줄 게 아무것도 없는 거죠.“

▶ 스타트업은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해 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는데요.

“캐피탈 마켓을 기준으로 보면 초창기 스타트업들은 벤처 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잖아요. 어느 정도 비즈니스를 빌드업하고 본궤도에 오르면 IPO 형태로 상장을 합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코넥스가 있고, 코스닥이 있고, 코스피가 있죠. 이렇게 단계별로 시장을 구분해가지고 취향에 따라 투자할 수 있단 말이에요. 우리는 다 알고 시장에 들어가는데 코인 시장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죠.

▶ 책에서 디파이에 대한 규제는 금융기관이 디파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금융기관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책에 쓴 것은 이거예요. 결국 이 시장은 개인투자자가 자기 실력만 가지고서는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뭔가를 하면서 도와줘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건 금융기관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봅시다. 지금 누군가가 1000만원을 주고 '코인에 투자하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일단 들어본 게 비트코인이라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극소수의 투자자가 아니라면 말이죠. 시장에 투자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기술주 투자한다 그러면 본인이 기술주를 골라서 투자하는 게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기술주 펀드같은 게 있으면 거기에 투자를 하고. 그러면 그거를 맡아서 금융기관이 운용하잖아요. 이 시장에도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금융기관들이 많이 들어와야 합니다. 사실 코인 시장의 가장 큰 이슈가 사기꾼들이란 말이에요. 우리가 ICO(암호화폐 공개)를 금지한 것도 워낙 사기가 많아서 금지를 했던 거고. 그런 것들을 다 걸러내려면 전문가들이 걸러내는 수밖에 없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금융기관이라는 거죠. 개인 투자자는 금융기관을 거쳐서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한 빌드업을 해나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 일반인들이 펀드에 가입해 간접 투자한다면 시장의 파이도 늘어나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좋은 점이 그런 거예요. 디파이 이슈 중에 실명 확인이나 불법 거래 같은 이슈가 있잖아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금융기관들은 그런 걸 안 할 거잖아요. 규제를 받으니까요. 우리가 어떤 시장을 정상적으로 발전시킬 때는 말이죠. 불법 행위를 전부 다 못하게 촘촘하게 막아놓는 게 한 가지 방법이고요. 또 하나는 합법적인 행위만 하는 금융기관들이 영업하는 범위를 크게 늘려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가 맞다고 생각해요."

▶ 최근 CBDC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데 법정화폐가 전자화되면 비트코인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설 자리를 잃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이라는 테크놀로지가 가진 근본적인 잠재력은 스마트콘트랙트거든요. 스마트콘트랙트는 기존의 피아트시스템(fiat system)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거래 구조입니다. 탈중앙화된 거래 구조인 거죠. 이 구조는 어떤 형태로든지 살아남을 거고. CBDC를 쓸 거냐 아니면 독자적인 블록체인의 코인을 쓸 거냐. 아니면 둘 다 쓸 거냐의 문제는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생각입니다.”

▶ 게임처럼 모든 경제 활동이 인터넷 안에서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면 스마트콘트랙트가 가능한 비즈니스가 없는 것 같은데요.

“그게 왜 없냐 하면 모든 거래(transaction)가 온라인상에서 안 끝나서 그래요. 예를 들어 제가 김 기자한테 온라인상에서 집을 팔고 비트코인 몇 개를 받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집을 안 비워주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이때는 법률 시스템이 해결을 해줘야 하잖아요. 결국 법률 시스템이 스마트콘트랙트의 효력을 완전히 서포트 해줄 수 있어야죠. 그래야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거래들이 실물경제를 움직이게 되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크립토 시스템이 제대로 된 하부 구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기존 법률이 스마트콘트랙트에 대한 서포트를 못 해주고 있는 상황인가요.

“안 해주고 있죠. 예를 들어서 제가 우리 집 등기증을 NFT로 만들어 김 기자에게 드렸다고 치자고요. 그것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등기소가 관리하는 등기원부의 이름이 김 기자 이름으로 바뀌어야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현재 등기제도 하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소유권을 NFT화 해보자구요. 이걸 관리하는 블록체인은 등기소 및 등기부의 역할을 하게 하구요. 이렇게 법률이 정비되면 소유권 이전을 등기하는 별도의 절차가 불필요해집니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 스마트콘트랙트를 이용해서 NFT를 이전하면 그 사실이 등기소에 해당하는 블록체인에 기록되니까요."

▶ 제가 비트코인 10개를 드렸는데 집을 안 주시면 사기 아닌가요.

“제 말은 이런 뜻이에요. 사기로 고소하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탈중앙화에서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가지고 나중에 고소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냥 인터넷상으로 등기부 원본의 이름을 바꿔 가지고 제출하면 그걸로 끝이 나줘야 한다는 이야기죠. 제가 책에서 주장을 하는 건 이거예요. 탈중앙화라고 하는 게 기존 시스템을 타도해서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기존의 법정화폐와 법률 시스템이 크립토커런시와 스마트콘트랙트 하부 구조하고 융합해서 효력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공동의 하부 구조로서 실물경제를 떠받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향후 코인 과세 정책에 대한 견해 및 마무리

▶ 정부의 코인 과세 정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전망이라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세원을 어떻게 파악할 건지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원화 거래소 기준으로 투자를 얼마에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으면 이익의 20%를, 근거가 없는 경우 총액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한다는 게 대략적인 방침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거래소에서 투자하다가 코인을 해외 거래소로 보내거나 DEX(탈중앙화거래소)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증빙서류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우 증빙 서류를 구하기 어렵습니까.

“국내 거래소라면 어떤 형태로든지 기록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해외 거래소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투자자가 이익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포트폴리오 전체를 세무 당국에서 알고 있으면 모르겠지만요. 투자자가 입증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어떤 서류를 확보해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자료를 얻을 때도 힘들지 않아야 하구요.”

▶ 거래소 앱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투자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국내 거래소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문제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입니다. 덱스에 가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주체가 없구요. 하다못해 증빙서류 확보를 대행해주는 사업자라도 있어야 합니다. 해외 거래소나 덱스를 이용하는 투자자를 위해서요. 그런 것조차 없다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과세한다고 했을 때도 투자자들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점은 과세 자체보다 과세를 하는 방법론이었습니다. 소득이 발생했고 제대로 파악된다면 과세를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방법론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곤란해진다는 거죠.”

▶ 세원을 포착하는 방법론 마련이 우선이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국내 거래소에 없는 코인에 투자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은 해외 거래소에서 투자해 돈을 벌면 국내로 가지고 와서 세금을 내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해외 거래소로 비트코인 한 개를 보내 봅시다. 그다음에 다른 코인으로 바꿔서 여러 군데에 투자하는 겁니다. 만약에 그중 일부만 가지고 들어온다고 해보자구요. 이 경우 투자 수익을 얼마나 올렸는지 과세 당국이 어떻게 파악할 거냐는 거죠. 투자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우선 만들어 놓고, 그 이후 과세를 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 끝으로 조세일보 독자와 코인 투자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코인을 공부한다고 그러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지금 사야 하냐 아니냐, 비트코인이 좋으냐 이더리움이 좋으냐. 그런 식의 질문이에요. 하지만 그에 대해서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 그리고 코인을 쉽게 돈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건 곤란하고, 상당한 연구가 없이 덤벼들면 실패하기 쉬운 시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