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위기감 급증... 尹정부 '위기대응 역량' 시험대 올라

IMF·ADB·OECD 등 올해 韓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 장기화 우려도

IMF "올해 한국 2.3% 성장"… 4월 전망보다 0.2%p 더 낮춰 

노무라, 1.9%→1.7%로 낮춰...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예측도

尹정부, 경기 침체 장기화 대비해야... 'IMF 외환위기' 극복 시금석 삼아야

IMF·ADB·OECD 및 일본 노무라증권 등 세계 유수기관들이 최근 우리나라 경제전망치를 일제히 낮춰 복합경제위기 도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새 정부의 위기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올해 2.3%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4월 전망치인 2.5%보다 0.2%포인트 낮다. 내년은 2.1%로 기존 전망치보다 0.8%포인트나 낮게 전망했다.

우리 정부(2.6%)와 한국은행(2.7%)을 비롯해 OECD(2.7%), 세계 3대 신용평가사(S&P·무디스·피치, 각각 2.6%·2.5%·2.4%)가 각각 내놓은 전망치 보다 모두 낮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기간 중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양자면담에서 한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주요국 대비 둔화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 OECD 한국 경기선행지수 13개월 연속 하락... 부정적 경기 전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회원국 경기선행지수에서도 한국은 13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CLI·진폭조정 기준)는 98.87을 기록해 전월(99.09) 대비 하락했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올해 1월 기준선인 100미만(99.95)으로 떨어진 뒤 6개월째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의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데 쓰이는 지표로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앞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6개월 전부터 100을 밑돌아 이미 경기 위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쟁 장기화,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 중국의 성장 둔화 등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대외적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 7월호에서 고용과 대면서비스업 회복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외여건 악화 지속 등으로 물가상승세가 확대되고 향후 수출회복세 제약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ADB, 韓 경제성장률 2.6% 전망... 물가상승률 3.2%→4.5% 상향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앞서 21일(현지시간) '2022년 아시아 경제전망 보충'을 발표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 조정했다. IMF가 발표한 전망치(2.3%)보다는 0.2%포인트 높다. 지난 4월 전망치(3.0%)와 비교하면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은 2.6%를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2%에서 4.5%로 대폭 상향했다.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49개국 중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46개국의 성장률을 분석해 발표했다. ADB는 견조한 대외수요가 소비·투자 둔화를 상쇄했으나 향후 금리인상과 세계 경제 성장세 약화가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노무라증권, 韓 성장률 1.7%로 하향 조정... 3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

한편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7%로 낮추며 3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26일 발간한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분기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7%로 우리 전망치(1.6%)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 물가상승률 급등 비상... 정부, 물가관리에 최선 다해야

치솟고 있는 물가관리에 정부로서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달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물가가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인 4.7%를 기록할 거라고 밝힌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물가 상승 관련 "현재 6%대인 물가 상승률이 7%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지만, 고물가 상황은 10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이후 10월경까지 6%대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물가가 9월과 10월까지는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7%나 8% 물가가 상당 기간 고정화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특별한 기상 상황 때문에 채소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7%대 물가 상승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반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는 6개월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상승 폭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04(2015년 수준 100)으로 전월대비 0.5% 상승했다. 올 들어 6개월 연속 상승세지만 상승률은 4월(1.6%), 5월(0.7%)을 거쳐 두 달 연속 낮아졌다.

하지만 1년 전보다는 9.9% 상승하며 19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오름폭도 여전히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손진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이론적으로 생산자물가가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며 "생산자물가 상승세 둔화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소비자물가에는 생산자물가 외 여러 변수가 있어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尹정부, 경기침체 장기화 대비해야... 'IMF 외환위기' 극복 시금석 삼아야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서 다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결국 한미 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역전됐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조짐에다, 한미 기준금리까지 역전돼 한은도 연말 2%대 후반에서 3%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돼 민생경제가 더욱 고통받을 것으로 보인다.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 감소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주요국 통화긴축에 따른 신흥국 부채부담 증가,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중국의 봉쇄 장기화 등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고물가 지속,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계 생계비 부담 증가, 임금상승 압력 증가 등 대내적 상황도 녹록치 않아 경기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3000을 훌쩍 넘었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4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서의 자금도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총 143억달러(약 16조원) 이상 유출되는 등 우리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확대·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대란 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 확산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윤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전 정부에서 경험하지 못한 대내외적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곤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력인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면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더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고유가, 원자재·곡물가격 상승에 더해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지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경기가 한번 침체되면 이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정부가 경기 침체 하방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 절대적 이유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 경제로서는 에너지·곡물·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되면 산업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세계는 자국중심주의로 심화되고 있다. 자원화를 넘어 에너지 전쟁으로까지 확산될 위험성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27일)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윤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해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금 우리 무장력은 그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 국가의 핵전쟁 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의 힘을 자기의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다"고 강조해 핵보유국이란 점도 강조했다.

IMF는 각 국가의 정책우선순위에 대해 인플레이션 대응에 두되, 국가별 물가 상승의 원인과 상황에 따라 통화·재정·구조개혁의 적절한 조합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래저래 윤 정부의 위기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앞서 지난 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재정·금융 긴축과 대외개방,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를 조기 극복한 사례가 대비될 수 있는 상황이다.

3고로 고통을 받고 있는 민생은 물론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활력을 잃지 않도록 '맞춤형 대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