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은 자산 5조6천15억원, 매출 5조756억원에 당기순이익 4천67억원(이상 작년 말 기준)을 내는 알짜기업이어서 앞으로 '대우건설호(號)'를 이끌 새 선장이 누가 될 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가치 만큼이나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인수 희망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마타도어(흑색선전)와 특혜설도 끊임없이 제기돼 인수후 후유증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산관리공사는 9일 최종 접수된 본입찰 서류를 검토해 오는 23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 툭하면 불거진 '특혜설' = 대우건설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갖가지 특혜설과 비방이 난무했다.
인수의향서가 접수된 후 초반 논쟁은 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의 주식 매각 규모. 당초 채권단은 보유주식중 50%+1주만 매각한다고 알려졌으나 예비입찰안내서에 채권단이 보유한 72.1%의 주식을 모두 팔 수 있다고 명기해 자금력 있는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시행된 출자총액제한 완화는 두산그룹.금호그룹.한화그룹 등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과 함께 유진그룹.프라임그룹.삼환기업 등 중견업체들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지난 4월 자산관리공사가 대우건설 매각 기준에 분식회계, 주가조작, 조세 포탈 등 위법 부당행위가 있는 컨소시엄에 대해 '감점제(최고 10점)'를 적용키로 하자 이번에는 대기업에 불리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후 한화그룹은 대우건설 입찰을 포기했고, 오너 일가의 분쟁과 비자금 조성 등의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두산그룹도 중도 하차하는 것이 아니냐는 뜬소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본입찰 안내서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입찰안내서에 '500억원 이상 기업인수.합병(M&A) 경험'과 '건설업체 보유 여부'가 경영능력 평가 요소에 포함된 것을 두고 일부 인수희망업체들이 "특정업체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 5개사 경합, 최종 짝짓기는 = 9일 최종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컨소시엄은 두산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유진그룹, 프라임그룹, 삼환기업 등 5개.
인수합병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그동안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유진그룹, 프라임그룹 등 3곳이 대우건설 인수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그룹과 프라임그룹 가운데는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ESOP)이 손잡는 컨소시엄이 고용안정 등의 측면에서 가산점을 얻어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사주조합은 보유주식 3.4%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1천500억원을 빌리고, 회사 지급보증으로 1천500억원 마련해 등 최대 3천억원을 한 개 컨소시엄에 투자할 계획이다.
본입찰 참여업체가 재무적 파트너로 누구와 손잡을 지도 관심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문회사인 JP모건을 중심으로 사학연금과 외국계 은행 등이 주축이 됐다는 소문이다.
한 때 산업은행과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증권도 금호측에 합류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김재록 게이트'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데 부담을 느껴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은 신한은행.하나은행과 네덜란드계 은행인 ABN암로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자회사 드림씨티방송 지분을 CJ홈쇼핑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CJ그룹 의 건설 계열사인 CJ개발이 약 3천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프라임그룹은 우리은행, 농협과 손잡은 데 이어 외국계 자금과 여러 건설관련 회사들의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
◇ 최고가 매각 경신하나 =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4조3천억원선으로 당초 '50%+1주'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 5개 컨소시엄의 과열 경쟁 등을 감안할 경우 인수금액이 3조-3조5천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채권단이 시가로 1조원에 달하는 22.1%의 지분도 팔기로 하면서 인수대 금이 4조5천억-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이는 지난해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할 당시 국내 기업매각 사상 최고가로 소개된 3조4천억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필수 매수분인 50%+1주는 현재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을 제시하고, 나머지 22.1%도 시중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낼 것으로 예상돼 최고가 경신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실매각 우려도 = 인수대금이 높아지며 과도한 차입인수방식(LBO)이나 외국계 투기자본 참여 등에 따른 부실매각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유진그룹, 프라임그룹 등은 자회사나 주식 매각 등으로 조달한 자체 자금에다 전략적 투자자(SI) 자금을 합해도 1조-2조원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금융기관 등 재무적 투자자와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차입금이 3조원을 넘어서면서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는 곧 매각 후 대우건설의 재무구조 악화, 부실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인수자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50%+1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주식시장에 단기간에 내다 팔 경우 향후 대우건설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무적 투자자와 외부 차입금이 많을수록 대우건설이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이러한 '먹튀(먹고 도망감)'매각을 막기 위해 계약종결일 이후 매수한 주식의 '50%+1주'는 2년 동안 팔지 못하도록 했지만 여렵지만 채권단이 승인할 경우 모두 매각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어 완벽한 방어책은 못된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