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7월 26~27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6월 회의에 이어 연속으로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책금리는 2.25~2.50% 수준으로 높아져 상단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한미간 정책금리가 0.25%p 역전됐다. 일각에선 외국인 자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8월 기준금리 추가 빅스텝 단행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이 2일 공개한 ‘2022년 13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의하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 모두 당분간 높은 물가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기준금리의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성에 공감했다. 금통위원들은 현 경제상황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으로 물가상승압력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꼽으면서도 국내 경제의 성장 하방리스크가 큰 상황인 만큼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국내 경기와 대외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A 금통위원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통화정책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물가상승압력을 줄여 나가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1.25%p 인상하였지만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중립금리 추정범위를 밑돌고 있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년과 내년 경제성장률이 다소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잠재성장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인데다 지금 물가상승 기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뤄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은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안정에 있어야 한다”며 “향후에도 물가 동향 및 성장여건의 변화,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 위원은 “우리 경제는 최근 인플레이션 확대로 향후 거시경제의 안정성과 대외부문 균형이 흔들릴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물가안정에 초점을 두고 정책대응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비교적 완만했던 물가 오름세가 최근 들어 가팔라지고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가급적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높임으로써 인플레이션 자체의 상승 모멘텀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큰 폭의 금리인상은 현재 성장세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나 이는 중장기 거시경제의 안정기조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며 “추가 조정 시기와 폭은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국내 성장, 물가 흐름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 위원은 “전월대비 물가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고 전문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현재까지 2.0%에 안착되어 있는 등 물가 관련 낙관적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물가상승률 수준 자체와 방향성, 수요요인의 증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에 우선적으로 대응하여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시급하며 현 수준의 인상을 실물경제가 감내할 수준이라 판단한다”면서 “국내 요인뿐만 아니라 해외요인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리스크 요인에 주로 영향 받으면서 일부 대외건전성 관련 지표가 다소 악화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미 달러화 수급 사정 악화가 당분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리스크 요인, 대외건전성 지표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D 위원은 “수출 및 투자여건 악화, 감염병 재확산 등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큰 상황이나 대내외 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경제·금융 상황을 감안할 때 금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이례적으로 큰 폭인 0.50%p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경기 및 물가 전망, 금융상황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통화정책의 파급시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가가 예상경로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한 점차적인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는 의견을 냈다.
E 위원은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물가상승압력이 통화정책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물가와 고용 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이유는 충분하며 실물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과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과 공급 차질의 장기화로 중장기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므로 물가와 경기가 금리인상에 어떻게 반응하며 금융변수들이 어떻게 변동하는지 신중하게 살펴보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로서는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