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외부주주 지배력 약화
“자사주 취득은 출자 환급, 주식 소각”
◆…지배주주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인적분할 이전 34%에서 인적분할 이후 47%로 13%p 증가했다. 반면 외부주주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57%에서 51%로 6%p 감소했다. 자본연 제공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을 활용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사례가 빈번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자사주의 자산성을 부인하고 ‘자사주 취득=소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자사주 마법과 자사주의 본질’ 보고서에서 “자사주를 둘러싼 논란은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위해 이용될 가능성 때문에 나타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사주 마법은 회사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회사(존속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으로,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 지배력이 강화돼 외부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인적분할은 존속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이다.
자본연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이뤄진 상장기업 인적분할 193건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마법은 주로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15%p, 11%p 증가했다. 김준석 위원은 “지배주주가 배정받은 신설회사 주식을 존속회사의 유상증자에 현물출자하고 그 주식을 확보함으로써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지분율이 증가하게 된 것”이라며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 보유요건을 충족하는 한편,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외부주주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6%p 감소해 지배력과 부의 배분에서 왜곡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의 비용은 결국 지배주주가 아니라 외부주주가 지불하는 셈”이라며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구조조정의 시너지가 존재한다 해도 그 과실은 주주간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인적분할에서 자사주 마법이 발생한 근본 원인으로는 신주배정 가능 여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사주의 자산성을 인정하는 법령과 판례가 존재하는 점이 지목됐다. 김 위원은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자사주의 주주권을 인정하고 회사를 주주로 간주하는 의미라고 봤다.
그러나 회사가 스스로 배당을 지급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무의미하며, 자사주에 자산성을 부여하는 것은 모순된다. 자사주의 의결권과 배당권은 인정되지 않으며 회계적으로 자사주는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김 위원은 원칙적으로 자사주의 취득은 출자의 환급, 주식의 소각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자산으로 볼 수 없는 자사주의 자산성을 인정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방치한다면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임의로 활용할 유인이 남아 자사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의 자산성을 부인하고 자사주의 취득은 곧 소각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경제적 실질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자사주 취득의 일반적 목표인 저평가 신호 효과도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