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 무리한 용산 집무실 이전 때문"
용산 위기관리센터… "제대로 작동됐다 보기 힘들어"
침수로 못 나갔다면 경호상 문제 생긴 것… 경호실장 경질 사유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지난밤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궤변도 그런 궤변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의원은 진행자가 '대통령실에서 "새벽에 침수로 이동할 수 없었다는 해명이 나왔고, 마지막에는 현장에 가거나 상황실에 가면 의전이나 보고 때문에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질까봐 집에서 전화로 지시했다. 이건 메뉴얼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침수로 못 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한 경호상의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대통령의 이동 동선은 항상 복수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이동을 못하게 갇혀 있었다면 경호상 심각한 사건이 생긴 것으로 경호실장 경질 사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처 역량이 떨어질까봐 못 갔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며 "경호상의 문제나 의전이 과할 게 걱정되면 안 하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재난은 예고 없이 오는데, 과거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이 크게 났을 때 산불이 저녁 7시경에 났는데, 그 불이 확산되는 걸 보고 위기 대응 경보가 발령되자마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전 직원이 비상대기에 들어갔고, 11시경 안보실장 주재 긴급 회의가 열렸고, 11시 15분경 대통령의 첫 공식 지시 사항이 나갔다. 그리고 자정을 넘기 새벽 0시 20분에 대통령 주재 NSC 회의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주재 NSC 회의에는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고, 만약에 재난 상황이라고 하면 해당 지자체, 광역지자체 단체장이 다 참석하게 된다"며 "이번 같은 경우 기초지차체가 있다면 해당 기초지자체까지 화상으로 연결 가능한 시스템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고 한 해명에 대해 "궤변도 그런 궤변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아파트에서 어떻게 국가 재난 관리를 하고, 그게 상황이 장악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재난 관리는 크게 세 가지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첫 번째는 신속, 두 번째는 정확, 세 번째는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재난은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관리센터를 장악해서 우선 첫 번째는 상황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19년 강원도 산불 당시에 자정께 문재인 대통령이 NSC 회의를 소집하고 지시를 내린 게 뭐냐고 하면 전국의 소방차를 총동원하라는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그 다음날 전국에 있는 500여 대의 소방차가 강원도로 집결하는 풍경이 벌어진 것"이라며 "그처럼 구체적이고 명확한 상황들을 바탕으로 지시가 내려가 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관리센터는 전국에 240여 개의 시군구를 연결할 수가 있다"며 "서초동 아파트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의구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신도 아니고 전화기 몇 대를 가지고 어떻게 재난 상황을 총관리하고 점검하겠느냐"며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번 집중호우 사태 때 윤 대통령이 첫 메시지가 정말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행정부와 공공 기관의 출근 시간을 조정하라'는 첫 메시지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실제로 재난 피해를 대비하고 현장에서 대응하는 분들은 동사무소, 주민센터 직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에도 이분들이 거의 날밤을 새우다시피했는데, 그분들이 안 하면 누가 일을 하느냐며 현장 상황을 알고나 하는 말씀인지..."라며 탄식했다.
윤 의원은 특히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리한 용산 집무실 이전이 아닌가 싶다"며 "청와대를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이 일을 보는 집무실과 관저, 위기관리센터가 차량으로 1분 이내에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위기 관리를 해 오는 과정에서 가장 효율화된 시스템이 모여 있는 곳인데, 그것을 모두 무시하고 용산으로 무리하게 이전을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관저를 한남동 외교 공관으로 옮기더라도 여전히 떨어져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윤 의원은 또 이번에 위기관리센터가 제대로 작동됐는지에 대해 "공개하지 않아서 확인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추론을 해보면 작동됐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첫 번째 메시지로 출근 시간 조정이라든지 현장에 가서 나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봐도 그렇고, 두 번째 긴급한 대통령 주재 회의를 왜 소집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만약 대통령의 판단이 다를 수는 있지만, 위기관리센터장 그리고 안보실장 등의 참모들이 진언을 해야 된다"며 "이런 경우에는 대통령께 '대통령 주재 회의를 하셔야 됩니다'라고 내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의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행자가 '보도상 그런 주장을 하는 참모들도 있고, 아니라고 하는 참모들도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고 하자, "그런 내부 논의 과정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런식의 주장과 건의가 있었는데 묵살했다면 대통령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이 퇴근길에 옆에 아파트가 침수되는 것을 보고 갔다고 했는데, 대통령이라면 즉시 차량 핸들을 돌려서 집무실로 가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