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준석, 가처분 신청
유승민계 극소수 빼고 李 '고립무원'...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듯
尹대통령에 힘 실어줄 진정한 '與'로 탈바꿈해야... '이것만이 살 길'
◆…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국민의힘 전국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임명안을 최종 의결하면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식 취임했다. ARS(자동응답)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707명 중 511명이 투표에 참석, 463명이 찬성해 주 비대위원장 임명을 가결했다.
주 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제 2년 전 그때의 절박하고 처절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돌아가자"며 "'한 발만 더 헛디디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이렇게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장함으로 재무장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정치적인 문제가 사법으로 가는 것이 안타깝다. 이 대표 역시 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에 걱정이 되지 않는 선택을 하리라 본다"며 "빠른 시간 안에 연락드려서 만나고 싶다"고 선당후사의 자세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주호영 비대위' 출범후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이 탈당후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선 "신당 창당 안 한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을 당대표직 박탈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하겠으나 탈당은 하지 안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어서, 향후 이 전 대표와 이준석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당내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이준석 페이스북 캡처］
특히 이 전 대표와의 친분이 돈독했던 김용태 최고위원의 경우 당초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생각이었지만 이날 페이스북에 "효력정지 가처분은 신청하지 않겠다"고 철회 입장을 밝혔다.
그간 이 전 대표에 호의적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핵심인사들도 법적 대응 자제를 압박하고 나서 이 전 대표는 더욱 고립무원(孤立無援·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외로이 서 있음)의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전 대표는 10일 오전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접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출범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을 낸 뒤 13일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공개 예고도 했다.
한편 서병수 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전날 전국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은 미리 예상했던 일"이라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세밀하게 모든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장은 이어 "이 대표도 정치하는 분이고 앞으로 본인의 정치 진로를 위해 가처분 신청이라든가 하는 법적 대응은 좀 자제해주길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부탁하고 싶다"며 "당을 위해 선공후사하는 자세를 갖춰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상임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은 9인으로 구성하되, 비대위원장과 당연직 비대위원을 제외한 6명이 추가 인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배현진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 입장 표명으로 촉발된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가 노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조기 봉합하지 않고서는 당 내홍은 물론 국정수행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감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서 의원은 앞선 전국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전국위에 상정된 당헌 개정안과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은 당과 윤석열 정부가 처한 상황이 비상 상황이라는 인식 하에 조속한 시일 내에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윤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헌당규상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과 윤석열 정부가 엄중한 상황에서 출범하게 될 비대위는 조속히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핵심 과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갈등구도를 조기에 수습해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에 더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고조되면서 그 여파를 우리나라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펠로시 방한 당시 윤 대통령이 대면 접견이 아닌 전화통화만 했다는 데 대한 야권의 '외교참사' 공세도 만만찮다.
대통령실에서 이와 관련, 펠로시 의장 측과 양해가 돼있는 상황이었고, 전화통화도 기쁘게 받아들여져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야권의 공세는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복합위기 속에서 집권여당 내홍은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이 전 대표와의 갈등구도가 장기화되어서는 더욱 그렇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만약 새로 출범하는 '주호영 비대위'가 '이준석 대표 체제'때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비대위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주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전 대표와의 법적 공방이 진행될 경우 '청년 돌풍의 주역'인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의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긍정)이 20%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고 있다. 특히 18~20대와 30대는 부정평가가 거의 70%대에 육박하고 있고, 견고한 지지층이었던 60대 이상도 현재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5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에 복귀하면서 "국정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시국 타개를 위한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100일이 채 안된 윤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상황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인사 문제, 경제 문제, 방역 문제 등 대내외적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묘수를 내놓아야 할 때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묘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을 보태줘야 할 여당도 한심스럽기 그지 없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현 복합위기 타개를 위해 '비대위 체제'로 가기로 결정한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쇄신해 혁신적으로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하는 제대로 일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만이 살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