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 시행
바이든, 현대차 실망시키지 않겠다던 발언 뒤집어
권성동 "정부는 미 정부와의 협상에 즉시 착수" 촉구
이원욱 '차별금지 촉구 결의안' 발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17일부터 전격 시행되면서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 EV6 등에 대한 보조금이 중단됐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북미산(産) 전기차로 한정하는 법에 서명함에 따라 국내 전기차 생산 업체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신형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던 7500달러(약 980만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게 된 셈이다.
당장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 국내 전기차 생산 업체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비상이 걸렸다.이에 정부와 국회가 본격 대응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국산차는 매년 10만여 대의 수출이 막힐 우려가 있고, 관련 부품업체의 적자까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 “한국산 전기차를 북미산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미 정부와의 협상에 즉시 착수해 달라”며 “피해가 예상되는 완성차 기업과 관련 업체에 대한 한시적 보조금이나 법인세 경감 등 지원책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8.19 사진:연랍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에는 내국민 대우 원칙이 있고, WTO 규범에는 최혜국 대우 원칙이 있다”며 “이런 원칙에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대해 우리 업계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미국 측에 여러 채널을 통해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반대하는 '차별금지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미국 정부의 IRA의 수입산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차별적 세제 혜택 적용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미국 정부는 국제 협약에 따른 규범을 준수해 한미의 강한 동반자 관계를 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윤재옥 외통위원장은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결의안 채택에 대해 여야 간사와 협의 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양당 간사가 협의하고, 완료되면 다음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것을 두고 자동차업계에선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면담 관련 연설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2.5.22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에 2025년까지 105억달러(약 13조8558억원) 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3개월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미국 에너지부는 연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는 북미 생산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21종을 공개했다. 여기에 현대차·기아 전기차들은 모두 제외됐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조립 라인이 없어 전기차 모두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전기차 공장은 2025년에서야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로 조지아주 공장 설립 시기를 앞당기고 또 한편으로는 일정기간 가격 할인 등의 프로모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