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외환당국 나섰지만…환율 연고점 또 경신

23일 원·달러 환율이 1345.5원으로 마감하며 전날 기록한 연고점 1340.2원을 경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데 이어 외환당국도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달러화 강세 속에서 환율상승을 막기에는 힘이 부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통화 긴축 기조에 더해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대외 악재가 누적되면서 달러 강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1400원대를 돌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7원 오른 1345.5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28일 1356.8원 이후 13년 4개월만에 최고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 직후 외환당국도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6월 13일 이후 두 달만에 처음이다.

대통령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후 하락 전환해 1336.8원까지 떨어졌으나 이내 반등하며 장 마감 직전에는 1346.6원까지 뛰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외환당국의 리스크 관리 구두개입에 환율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위안화 약세, 외국인 매도세 확대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장중 1346원을 돌파했다”며 “이번주 잭슨홀 미팅과 유럽 경기침체 우려를 경계하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환율 상승 속도는 일부 조절될 수 있겠지만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하면 1400원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당초에는 하반기부터 환율이 내릴 것으로 추정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상승 폭을 50원 단위로 잡아두고 대응해야 할 것 같다"라며 "시장에선 당국의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없다고 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안에 1400원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