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국가세수입을 국민 총수로 나눠 1인당 세부담을 단순히 계산하는 방식의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항변을 내놓은 것이다.
어렵게 설명은 했지만 요지는 세금의 경우 각 계층마다 부담이 다르기 때문에 '1인당 얼마∼'로 설명하면 안 된다는 것.
재경부의 항변을 더 들어보자.
재경부는 "근로소득자의 51%가 근로소득세를 면제받고 자영업자의 48%가 종합소득세를 면제받는데도 1인당 조세부담액으로 환산해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불필요한 부담감을 주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재경부는 "경제가 커지면서 물가가 오르듯 매년 총 조세부담과 '1인당 환산 부담액'은 최대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수치가 가져다주는 착시현상에 불과한 것을 전체인양 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인 것이다.
물론 재경부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자본주의 국가의 특성상 각 소득에 따라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적게 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직·간접적이든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시 말해 액수의 차이는 있어도 분명한 국민 1인당 세부담액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이를 계산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자세히. 지난해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총 163조4400억여원의 세금을 거둬들였다. 국세가 127조4600억여원, 지방세가 35조9700억여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된 지난해 조세부담률(GDP, 국내총생산 806조6200억여원(잠정))은 20.3%(국세 15.8%, 지방세 4.5%). 지난 2003년 20.4%를 기록했던 이래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4년에는 19.5%를 기록했었다.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총 세수입을 지난해 11월 기준 인구수(4728만9000명)로 나눠 계산된(재경부가 극도로 꺼려하는)지난해 우리 나라 국민 1인당 낸 세금의 액수는 345만6000여원(한걸음 더 나아가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시 1380여만원)에 달했다.
이쯤 되면 재경부가 '히스테리'를 부릴 만도 하다. 다른 경제적 요건을 고려치 않고 1인당 세부담 얼마, 이런 식의 통계치 제시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경부의 항변은 어딘지 모르게 궁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재경부는 근로자의 51%, 자영업자의 48%가 세금을 면제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조금 과격하게 해석하면 우리 나라에는 '세금 내는 사람'과 '세금 내지 않는 사람' 등 두 부류만 존재한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조세부담의 양극화'다. 그렇다면 이 같은 양극화를 초래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조세정책을 핸들링 하는 것은 정부당국이다. 다시 말해 정부당국의 왜곡된 조세정책이 이 같은 조세부담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십 수년 동안 이 같은 불균형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조세형평을 맞추기 위한 조세개혁은 뒷전에 두고 있었던 것이 사실. 최근에 와서야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하겠다는 둥 중장기 조세개혁을 하겠다는 둥 하지만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물음표에 불과하다.
차라리 "1인당 세부담액은 얼마다"라고 단순·일반화를 시켜주는 것이 정부 스스로 초래한 조세부담의 양극화를 교묘히 가려주는 '역할'임과 동시에 더욱(액수는 많을 지라도)평등함을 강조한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생략하겠지만 정부의 항변에 맞게 각 소득계층을 감안해 개별적인 세부담을 계산하면 더욱 무서운 결론이 도출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때로는 단순한 것이 좋다. 모든 책임을 지고도 남아야 할 처지에 오히려 "경제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쓸데없는 호들갑을 떠는 정부당국이 곱지 않아 보이는 것이 과연 혼자만의 생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