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신과 생각을 지키면서도 당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방향"
'무효'로 해석확장... "비대위원장이 '직무정지'니 비대위원은 무효"
"의총 결의 너무 창의적"... 중진의견 자제촉구 성명엔 '불편한 기색'
"주호영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무난하게 과도기 넘길 분"
"이준석, 징계 후 '전당대회' 통해 당과 국민들에게서 재검증받아야"
◆…직무가 정지된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전국의원회 소집요구에 불응해온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전국위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공을 권성동 원내대표와 당에 넘겼다. 권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압박', 그리고 직무정지 상태인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위원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전국위의장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상임전국위원회 의장, 그리고 전당대회 의장까지도 내려놓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저는 그동안 일관되게 우리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비대위 방향이 아닌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것이 좋다고 주장해왔다"며 "제 소신과 생각을 지키면서도 당에 불편을 주거나 당의 지도부가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향을 고심한 끝에 저의 직을 내려놓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위원회 의장직 사퇴 기자회견 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이준석 전 대표가 이미 비대위 자체에 대해서, 비대위원들 한 분 한 분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이) 비대위원장 가처분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겠는가"라며 "또다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분란에 빠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일부 인용' 결정과 관련해 "현 상황이 위기상황(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판결이 났다. 비대위원장도 '무효'라 직무정지가 됐다면 그 비대위원장이 추천하고 임명한 비대위원도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이라며 '직무정지'를 '무효'로 확장해 해석했다.
서 의원은 "처음에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서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했다. 비대위원장을 (당 대표) 직무대행이 임명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법원은 '잘못됐다, 무효다'라고 판결을 내렸다"며 "우리 의원총회에서 의결된 내용들은 이러한 비상상황을 당헌당규에 의해 정확하게 규정하자는 것인데 너무 '창의적'"이라고 의총 결의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사퇴하지 않고서는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이 문제를 지도부가 이끄는 방향으로 갈 방법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전국위의장 궐위 시에는 부의장이 소집하고 사회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전국위의장이 그 직위를 갖고 있는 한 부의장이 사회를 보고 소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그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도 전국위의장인 제가 사직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빠르고 쉬운 길이 있는데 왜 구태여 어렵고 논란이 많은 과정, 말하자면 비대위를 거쳐야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서 그 대표를 중심으로 해서 지도부는 새로 구성해서 직무대행 체제로 나가는 것이 가장 쉽고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전국위 부의장인 정동만·윤두현 의원과 얘기해 보셨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전국위의장직을 사임한 마당에 그분들에게 또 어려운 숙제를 내가 낼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일단 내 손을 떠난 이후에는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적절하게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여전히 원내대표로 추천하느냐'는 질문에 "주 의원이 과거에 원내대표를 한 경험이 있고 비대위원장으로 저희가 추대했다. 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지도부로서 이 상황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던 것"이라며 "용산(대통령실)과도 상당히 소통이 되는 상황이라고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분이 하면 무난하게 이 과도기를 잘 넘길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입장차의 가장 큰 원인은 이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냐 여부 아니냐'는 질문에 "넓은 시야로 본다면 이 전 대표의 복귀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비대위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은 너무 편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고 직무대행 체제로 한다고 해도,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시효가 지나도, 징계를 받은 당 대표가 당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와서 당 대표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저는 안 된다고 본다. 당 대표로 복귀하려면 한 번 더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검증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국민과 당원들의 검증을 다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당대회냐'는 후속 질문에 "그렇다"며 "그런데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가더라도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월에 전당대회를 열고 이 전 대표가 다시 출마하란 말씀이시냐'는 추가 질문에 "내가 (출마)하라는 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전날인 30일 의원총회와 반대되는 개인의견을 피력하는 중진의원들에게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 초·재선 의원들의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서 의원은 "상당히 좋지 않은 모양새"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