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고점 갱신했지만 하락 마감…강달러 기조에 불안 여전

장중 연고점을 갱신했던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하락하며 1337.6원을 기록했다. 위안화 강세와 월말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유입으로 하락했지만 시장에서는 단기간 내 달러 강세 기조가 누그러지긴 어려운 환경으로 우리나라 환율시장에 여전히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138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9.1원 내린 1337.6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후 장중 1352.3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29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 1350.8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대금 지불 문제로 프랑스에 가스 공급 전면 중단을 통보하는 등 대외 악재가 발생했지만 중국의 위안화 약세 방어 움직임에 따른 원화 약세가 진정되고 월말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유입되면서 환율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의 개입도 영향을 줬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리스크 대응 TF’ 회의에서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는 당장은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되나 추가적인 변동리스크에 대비하여 선제적인 외화유동성 확충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장 초반 1352원을 돌파하면서 장중 연고점을 2거래일 만에 경신하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다만 월말 수출업체 네고물량 출회와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약세 방어 움직임에 따른 원화 약세도 진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달러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반기 전망치로 1270∼1380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최제민·김예인·문다운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강세의 배경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연준의 강경한 긴축 기조, 유럽을 필두로 한 글로벌 경기 불안 확대, 위험회피 강화에 따른 달러화 수요 증가라는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달러화 강세 기조가 누그러지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준의 가파른 긴축이라는 방향성과 속도에 더불어 불확실성도 달러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며 “통화 긴축과 경기 둔화 속도 사이 줄다리기에서 강달러 여진에 원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부연했다.

연구원들은 “추후 경기침체와 함께 금융 불안이 확산한다 해도 안정적인 단기외채 여건이 뒷받침되면서 과거 위기 때와 같은 오버슈팅(단기 급등) 가능성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 건전성 관련 규제가 강화한 만큼 단기외채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으로 레벨을 높여갈 것이다. 하반기 전망치로 1270~1380원을 제시한다"며 "1350원에서 10원씩 고점을 테스트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