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소환 요구는 진술 기회 드린 것"
"총장 수사 지휘권 배제 유효... 도이치모터스 사건 파악 못해"
"尹대통령에 '형님'이라 불러 본 적 없어"
수사기밀 논란... "비리 법관이 재판 계속해 직무 배제 취지로 통보"
민주 "尹 정부 '검찰 공화국'의 마지막 퍼즐"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야당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사건을 문제삼으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에 대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더라도 증거와 법리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묻자 "(이 대표에게) 충분하게 진술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사건에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측이 검찰의 소환 통보를 '전쟁 선포'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상세한 말씀은 못 드린다"며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왼쪽부터), 김의겸 의원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10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와 감독을 배제하도록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후임 검찰총장들도 관련 수사에 대해선 수사 지휘·보고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전임 장관님들께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지휘권 행사를 했다"며 "제가 총장 직무대리로 있는 동안에도 이 사건에 관해서는 일절 보고받을 수 없는 사건으로 돼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전임 총장이 (추미애·박범계) 전임 법무부 장관과 상의해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중앙지검장이 총장에게 보고를 하거나 지휘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질문을 하던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잘못된 제도라면 지금부터라도 고쳐야 한다"고 하자 "그렇다"며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질의를 놓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이 전혀 없다며 일각의 '윤석열 라인' 비판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후보자가 윤 총장(대통령)을 사석에서 '형님'이라 부른다는 여러 제보가 있다"고 묻자, "대통령과의 사적 관계는 전혀 없다. 대통령을 사석에서 한 번도 '형님'이라고 불러본 적 없고 정식 호칭만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라인이나 측근 같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그랬던 적도 없다. 다른 검사들과 모임을 만든 적도 없다"면서 "제게 소명을 맡겨주신다면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있어서 어떠한 의심도 들지 않도록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해당 (비리 혐의로 수사 중이던) 법관이 그 당시에도 재판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판에서 직무 배제해야 한다, 징계해야 한다, 인사조치해야 된다는 차원에 국한해서, 사법행정권에 도움을 주는 차원 안에서만 윤리감사관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 감사관과의 사적인 인연에 따라 통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동기인 것은 맞으나 사적인 친분이 없는 분이고 직무상 해당하는 내용만 말씀드렸다"며 "윤리감사관이 제게 전화를 해 왔지만 대부분 받아주지를 못했고, 절차라든지 진행 경과라든지 하는 것만 말씀드렸지,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사건으로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구속기소 했다"며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총 11명을 구속기소 하는 등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고 덧붙였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검찰총장에게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냐"라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질의엔 "검찰이 공정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건 처리에 있어서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보겠다"라거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검찰총장의 경우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문회 이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검찰 공화국'의 마지막 퍼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원석 후보자를 통해 대통령,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을 하나의 직통라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윤 대통령의 퍼즐 맞추기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이 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조동현 기자>
그는 "지난 4개월 동안의 검찰의 모습은 '검찰공화국'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다"며 "검찰은 전 정부와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에 매달리고 있다. 게다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 윤 대통령을 위한 기득권 지키기에는 모든 '법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현재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작금의 검찰의 행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 후보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방패가 아니라 정치검찰의 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유출 의혹, 자녀들의 아파트 지분 취득 과정에서의 절세를 위한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해서도 명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께서는 정권 안위의 방패, 정치보복을 위한 칼, 스스로에게 관대한 '법 기술자'를 검찰의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