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상 숙명여대 교수 "김건희 논문과 표절 대상 논문, 한 문장 한 문장 검토"
"인터넷 블로그, 카페 글은 논문 인용 자체가 불가능...표절 횟수, 분량 많았다"
"점집 홈페이지 글을 자기주장으로 바꿔...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
양성렬 이사장 "국민검증단이 정치적 단체? 억지...팩트만 봤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단체로 이뤄진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논문 3편이 모두 표절에 해당한다는 자체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표절 피해 당사자라 주장하는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표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는 7일 김 여사의 논문들을 검증한 결과 "박사학위 논문, 석사학위 논문, 연구논문 등 9개 저자의 글을 표절했다는 것을 전부 확인했다"며 "표절 정도가 거의 유령저자일 수준까지 굉장히 심각했던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검증팀이 카피킬러를 활용하는 게 아니고 김 여사 논문과 표절된 대상 논문을 한 문장 한 문장 직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검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교수학술단체들로 구성된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어 "김 여사의 논문 검증 결과 표절의 집합체이며 학위논문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검증단은 "내용과 문장, 개념과 아이디어 등 모든 면에서 광범위하게 표절이 이뤄진 수준 미달의 논문"이며 "특히 점집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블로그, 지식거래사이트 등 상식 밖의 자료를 출처 명기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인터넷 블로그라든지 카페, 논문쓰기에서는 인용 자체가 불가능한 글들이 있는데, 출처를 밝힐 수 없는 것은 인용해선 안 된다"며 "논문쓰기의 기본인데 이걸 어겼고 그조차도 표절을 저지르면서 가져왔다. 게다가 표절의 횟수, 분량이 매우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2002년에 쓰인 김영진의 석사학위 논문은 표절의 정도가 거의 유령저자일 수준까지 아주 굉장히 심각했다"며 "이름은 김건희인데 실제 그 논문 내용은 김영진의 글로 채워져 있는 경우 유령저자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림이든 글이든 다른 사람 것을 가져다 쓸 때는 분명히 그 출처를 밝히는 인용 따오기를 해줘야 된다"며 "더 나아가서 이걸 자신의 주장으로 바꿨기 때문에 아주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검증단에서 대필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각자의 해석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김 여사 논문이 2장 1절은 제 논문을 베꼈고, 2장 2절은 해피캠퍼스 글을 베꼈기 때문에 만일 그걸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저자가 쓴 글이라고는 인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다른 여러 저자들이 각자 글을 쓴 뒤 그걸 한데 엮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박사학위 논문을 쓰시는 분이 했다고 볼 수는 없고, 블로그 글까지 표절했다는 것으로 봤을 때 누군가 돈벌이를 목적으로 논문을 써준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이 검증단에 대해 학계를 대표해 해당 검증이 학술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단체'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비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 교수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은 사립대학의 부정부패, 연구윤리 문제, 교수인권 증진 등을 위해 활동해 왔던 교수단체"라며 "저는 피해자 교수로서 직접 참여했고 일일이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검증했기 때문에 해석의 자유는 있겠지만 검증 결과는 명명백백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고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단은 '학술 단체'가 아닌 '정치 단체'"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검증단에는 사교련을 주축으로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1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며 "이중 사교련, 민교협, 국교련 단체의 주요 임원을 역임했거나 현재 임원인 인사들이 지난 3월 1일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을 지지선언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검증을 주도한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은 같은 날 애국지식인 10만 명을 대표한 33인으로 선정되어 이재명 후보 지지에 앞장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은 7일 "정치적 편향성이라고 하는 건 억지고, 저희는 팩트만 보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 이사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대 교수 회장님도 사교련 이사이시고, 정치단체라는 표현은 굉장히 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이사장은 "검증 팀을 만들어서 분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 수준이 저급하고, 그동안 언론에 밝혀진 의혹만으로도 이미 결론은 나 있는데, 놀랍게도 국민대가 표절이 아니라는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결론은 학문적 양심이나 대학의 자율 같은 면과 상관없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결론"이라며 "고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인데 표절이 아니라고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검증 팀이 정말 치밀하게, 밤을 새가면서 했다. 심지어 몇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몇 개의 문장이 표절인지 일일이 세어가면서 했다"며 "이 자료만 보면 누가 설명 안 해도 충분히 알 수 있어서 정치적 편향성이라고 하는 건 억지고, 저희는 팩트만 보고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대가 '표절 아님'이라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기획부나 정부의 눈밖에 나면 학교가 거의 문 닫아야 된다"며 "오죽했으면 국민대가 그런 결정을 했겠나. 어떻게 보면 사립대의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사학위는 사실 대학총장 명의로 하는 굉장히 공적인 자격으로 학위를 가지고 대학에서 강의도 할 수 있는데. 그 관리가 잘못됐으면 대학은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학 측에서는 학생들, 동문들에게 엄중한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양 이사장은 "재조사위원회의 명단도 밝히지 못하고 있지 않나. 회의록도 공개 안 하고. 자기들이 떳떳하면 그렇게 할 수 있겠나"라면서 "저희들은 검증 명단이라고 하면 내부는 비실명으로 했지만 검증위원을 다 공개했지 않나"라며 재조사위원회의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