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대체거래소, 증권형토큰 제도권 편입에 ‘군침’
ATS 연내 예비 인가, 2024년 출범 목표
거래상품 다양화, 자율규제 등 제도 개선 요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형 토큰 규율체계 정립방향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증권형토큰(ST) 이슈로 한국거래소(KRX)와 대체거래소(ATS) 간 경쟁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들이 설립 추진 중인 대체거래소가 증권형토큰의 주도권을 잡고 ‘디지털자산 특화 거래소’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6일 ‘증권형토큰의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향’ 정책세미나에서 “연내 증권형토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내년부터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규율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증권형토큰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가이드라인 초안을 보면 증권형토큰을 유통하는 장내 시장의 경우 한국거래소에 ‘디지털 증권시장’을 개설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전략기획부 산하에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해 증권형토큰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7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투협 제공
증권형토큰에 눈독 들이는 건 대체거래소(ATS)도 마찬가지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증권형토큰(ST)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은 증권사 업무 영역에 포함되는 만큼 향후 ATS에서 거래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밝혔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주식과 예탁증권(DR)만 거래 가능한 ATS에서 ST와 NFT가 허용된다면 부동산, 예·적금 등 전통적 금융자산과 디지털자산의 결합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봤다.
증권사들도 증권형토큰 발행 및 유통에 관심을 보였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증권형토큰은 그동안 딜 소싱과 투자은행(IB) 업무에서 강점을 보인 증권사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소지가 대단히 크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미래에셋증권 경영혁신본부장은 세미나에서 “증권형토큰 시장 육성을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 ATS 개념의 증권형토큰 사업자 역할을 줘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 ATS 상표출원 이어 인테리어 공사까지
디지털자산 특화 거래소를 표명한 ATS는 2024년 거래를 개시할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와 7개 증권사(미래, 한투, NH, KB, 삼성, 키움, 신한)로 이뤄진 ATS 설립준비위원회는 연내 예비 인가와 법인 설립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투협은 지난 7월 특허청에 '한국 대체거래소 KATS'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한국 다자간매매체결회사 KATS'도 출원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인테리어 공사 입찰공고를 내면서 ATS 설립을 본격화했다. ATS는 금투센터 11층에 전용면적 725.56㎡(약 219평) 규모로 설계된다.
ATS가 한국거래소의 ‘대체거래소’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결과제도 있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 및 2016년 시행령 개정으로 ATS 설립 근거가 마련됐는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우선 상장주식과 예탁증권(DR)으로 한정된 거래상품을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 다양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맹주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정규거래소에서 거래하지 못하는 비상장주식이나 거래비용이 높은 채권 등을 거래대상으로 확대함으로써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 다각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거래소가 ATS의 청산업무를 맡고 ATS에 대한 시장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연임 금융투자협회 박사는 “독립된 별도의 청산기관에서 수행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감시 업무 역시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하거나 자율규제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실시간 시장 상황에 대한 감시와 거래참가자의 거래행위에 국한한 감독 기능은 ATS 스스로 갖는 것이 일반적이며 합리적”이라고 봤다.
이연임 박사는 ATS 규제 개선방안으로 ▲진입규제(자기자본금 200억원) 하향 조정 ▲거래상품 허용범위 완화 ▲거래량 한도(시장평균 15%, 개별종목 30%) 상향 조정 ▲시장감시·청산업무 독립화 ▲공개매수의무 미적용 및 시장조성 증권거래세 면제 등을 제시했다.
◆…자료=이연임 금융투자협회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