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장관은 13일 고위급 경제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멕시코 고위급 인사들에게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제조업 경쟁력 강화법안을 설명하고 멕시코의 참여를 요청했다.
양국의 관리들은 긴장 관계에 있는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 멕시코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무역 문제는 논외로 하는 대신 마이크로칩과 잠재적인 기술협력의 장점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및 과학 생산에 유용한 인센티브 창출법에는 마이크로칩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약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미국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배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인텔 반도체공장 기공식에서 “세금을 지원받는 기업들이 공급망을 훼손하는 중국에 투자하지 않도록 분명히 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연방 자금을 회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현재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제조시설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용량을 증설하면 미국에서 받은 지원금을 회수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중국 생산시설은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
회담에서 블링컨과 동석한 지나 러몬드(Gina Raimondo) 상무장관은 “현재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테스트, 패키징 및 조립 산업은 600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북미의 경우 30억 달러에 그치기 때문에 멕시코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를 만들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멕시코에 돌아갈 기회는 제조시설은 물론 테스트, 포장, 조립 등 매우 다방면에 걸쳐 있다”라고 말했으며 마르셀로 애브라도 멕시코 외무장관은 “미국의 반도체 협력방안 제시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7월 로페즈 오브라도 멕시코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개혁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며 공식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등 갈등을 겪어왔지만 이날 블링컨은 “국제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은 가장 가까운 파트너 사이에서도 무역 관계의 매우 정상적인 부분”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끝으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청정에너지 투자와 전기차, 태양광, 반도체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라고 밝힘으로써 멕시코의 비위를 맞추는 데 집중했음을 보여줬다.
일본은 물론 적대 정책의 목표였던 중국까지 포함된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현대차만 제외된 것도 모자라 삼성전자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현 정권의 미국 비위 맞추기식 일방적 친미 노선의 참담함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회담의 결과는 외교적,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멕시코에 저자세로 일관한 미국의 태도는 향후 현 정권 외교의 선례로 삼아야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